우원식 의원 이산가족 상봉기 <6부>

 이 글은 17, 19대 국회의원 우원식 의원의 이산가족 상봉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저서 '어머니의 강'에도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6부>


관 속에 넣어갈 반지

느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만나는 유일한 시간인 개별 상봉이 두 번째 날인 31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이루어졌습니다. 북측이 운영하고 있는 금강산호텔 715호가 우리 가족의 개별 상봉 장소입니다.

공개적인 면회소 상봉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끼리만의 내밀한 이야기도 가능하니 말입니다.

누님이 방으로 들어옵니다. 누님은 들어오자마자 옷매무새를 고치고 어머니께 큰절을 합니다.

“어머니, 살아 계셔서 고맙습니다.”

“정혜야, 네가 이렇게 잘 있어서 고맙다. 우리를 이렇게 찾아 주어 정말 고맙다……. 그리고…… 너를 떼어 놓아 미안하다.”

사실 누님이 당초에 북측에서 신청을 할 때, 누님이 찾고자 하는 명단에는 어머니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94세가 된 어머니가 살아 계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측에서 정혜 누님을 만나겠다고 보낸 명단에 어머니가 포함된 것을 알았을 때, 누님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정혜 누님의 두 아들, 두 딸은 이미 평양으로 떠난 정혜 누님을 쫓아와 함께 밤을 밝히며 기쁨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우리 형제 중에 공부도 제일 잘했고 자아도 강한 난혜 누나가 큰언니인 정혜 누님에게 여자 형제간에 색다른 감정을 느끼는가 봅니다.


누님이 준비해 온 선물들. 비단 4점과 어머니 옷감 1점, 작은 골뱅이로 장식한 도자기, 들쭉술을 포함한 술 세병.
골뱅이 도자기는 조카들이 직접 만든 것이란다. 하얀 천이 반 쯤 덮인 비단이 어머니 한복.


개별 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 715호에서 '나의 살던 고향'을 다 같이 불렀다.
마음이 떨린 탓인지, 초점이 잘 안 맞았다.


하루씩 날을 거듭할수록 난혜 누나가 정혜 누님의 품에 자주 안깁니다. 큰언니의 품이 몹시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부모와 헤어져 북한에서 자란 정혜 누님의 단단한 모습을 보면서 큰언니로서의 권위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여자 형제들끼리는 또 다른 느낌이 있는가 봅니다.

우리가 준비해 간 120여 장의 가족사진, 아버지 장례식 사진, 무덤 사진을 일일이 보여 주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아버님 돌아가신 날을 알려 주니 정혜 누님은 제사를 올리겠다며 소중하게 적습니다.

이제 서로 선물 보따리를 풉니다.

누님은 귀한 거라며 북한산 비단 4점과 어머니 옷감 1점, 그리고 작은 골뱅이로 장식한 도자기, 들쭉술을 포함한 술 세 병을 준비하셨습니다. 누님은 “우리가 형편이 좀 어렵지만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고, 특히 골뱅이 도자기는 너희 조카들이 손수 만든 것”이라며 수줍게 전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상봉 안내에는 30kg 가방 2개까지라고 들었지만, 조금 더 부피가 많아져 가방 3개 정도 됩니다. 선물 목록을 꼼꼼히 적어서 누님이 선물 내용을 살펴보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물은 치약, 칫솔, 비누 등의 생필품에서 진통제, 감기약 등 기초 의약품, 오리털 파카 같은 따뜻한 의류 등입니다. 큰누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고 싶은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여 전해 드렸습니다.


하루씩 날을 거듭할수록 난혜 누나가 정혜 누님의 품에 자주 안깁니다. 큰언니의 품이 몹시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부모와 헤어져 북한에서 자란 정혜 누님의 단단한 모습을 보면서 큰언니로서의 권위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여자 형제들끼리는 또 다른 느낌이 있는가 봅니다.

우리가 준비해 간 120여 장의 가족사진, 아버지 장례식 사진, 무덤 사진을 일일이 보여 주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아버님 돌아가신 날을 알려 주니 정혜 누님은 제사를 올리겠다며 소중하게 적습니다.

이제 서로 선물 보따리를 풉니다.

누님은 귀한 거라며 북한산 비단 4점과 어머니 옷감 1점, 그리고 작은 골뱅이로 장식한 도자기, 들쭉술을 포함한 술 세 병을 준비하셨습니다. 누님은 “우리가 형편이 좀 어렵지만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고, 특히 골뱅이 도자기는 너희 조카들이 손수 만든 것”이라며 수줍게 전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상봉 안내에는 30kg 가방 2개까지라고 들었지만, 조금 더 부피가 많아져 가방 3개 정도 됩니다. 선물 목록을 꼼꼼히 적어서 누님이 선물 내용을 살펴보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선물은 치약, 칫솔, 비누 등의 생필품에서 진통제, 감기약 등 기초 의약품, 오리털 파카 같은 따뜻한 의류 등입니다. 큰누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고 싶은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여 전해 드렸습니다.


개별 상봉이 끝날 무렵, 어머니가 무덤에 넣고 가려던 반지를
정혜 누님에게 끼워주었다.


어머니가 정혜 누님에게 끼워 준 반지


정혜 누님은 반지를 끼고 어머니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통곡을 터뜨렸다.


그런 일들을 모두 마치고 개별 상봉 시간이 10분이나 남았을까…….

갑자기 어머니가 정혜 누님을 곁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곤 유언이라도 남기시려는 듯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남북관계가 하도 험악해지고, 나는 나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많아져서 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거의 포기했었다……. 그래서 너와 덕혜에게 주려고 간직해 왔던 금붙이를 모두 없애 버리고 이제 내 수중에 반지가 단 하나 남아 있단다. 이 금반지는 내가 죽어 관 속에 들어갈 때 내 입속에 넣어서 가져가려고 했던 반지인데……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반지란다……. 내 수중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가장 아끼는 이 반지를 너에게 주고 싶구나……. 소중히 간직하여라.”

반지를 받아든 정혜 누님은 어머니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통곡을 터뜨립니다. 나도 영식 형도, 난혜 누나도 천식 형도 모두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관 속에 들어가려던 그 반지가 끼워진 정혜 누님의 손을 붙잡고, 그간 맺혔던 그리움과 한을 한꺼번에 쏟아 놓았습니다.


<마지막>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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