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원내대표, 제94차 원내대책회의 참석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기본법 강화, 분권과 협치에 기반한 정부형태 등을 골자로 한 정부개헌 초안을 확정했다.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확대 등 지방자치의 강화 그리고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요구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회의 개헌논의 의제와 수준에 부합되는 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내용적으로 국회중심 개헌논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오늘 대통령에게 이 같은 개헌초안을 보고하게 되는데, 정부의 개헌안이 윤곽을 드러낸 이상 이제 우리 국회도 촌각을 아끼며 자체적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때이다.


여러 야당이 대통령의 개헌발의권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어제 개최된 헌정특위를 보셔서 알고 계시겠지만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개헌안 준비를 핑계로 개헌논의 진척을 아직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정부가 불가피하게 개헌안 준비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자유한국당의 국민개헌 발목잡기다. 더욱이 지난해 1월부터 가동된 개헌특위를 통해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친 개헌안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국민들 보시기에는 개헌 자초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헌에 대한 자신들의 당론을 내놓지도 않고, 이제는 정부 개헌안의 내용까지 일방적으로 딴죽을 걸고 나오고 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권력구조개편이나 이와 관련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허심탄회한 자세로 논의에 임할 생각이다. 아울러 지방분권이나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안 역시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해 나가겠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을 실제 하겠다는 야당의 진정성 있는 태도이고, 국민과의 약속인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 동시실시에 대한 준수선언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들께서 개헌과 관련해 정치권을 향해 한 결 같이 요구하고 있는 바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가 개헌의 결정적 시기다. 여야가 각자 입장을 교환하고, 이해폭을 좁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방분권, 기본권 확장 문제 등 여야가 폭넓은 이해를 통해 공감대를 이미 형성하고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 따라서 얼핏 보면 촉박한 시간이지만 여야가 힘만 모은다면 새 시대에 마중물인 개헌 실현에 충분한 시간이다. 과거 3차 개헌도 개헌 완료까지 두 달이 걸리지 않았고, 지난 1987년 9차 개헌 역시 실제 협상과 국민투표까지 세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미 국회에서 충분한 개헌논의가 이루어진 마당에 여야가 결단만 내린다면 개헌을 얼마든지 조속히 추진할 수 있다는 역사적 증거인 셈이다. 오늘부터라도 본격적인 개헌 협상의 첫 테이블이 열리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국회 주도 개헌의 성사여부가 달린 한 주인만큼 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야당과 협상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킬 국민개헌을 실현하는데 우리 국회가 앞장 설 수 있도록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세변화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이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대화국면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길’로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방북, 방미 성과를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노력 또한 ‘이 기회를 절대로 헛되게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제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중국과 일본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방북,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주변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내부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으로 한 발씩 앞으로 나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전인미담의 길은 정부여당만 만들어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 전체가 응당 힘을 보태고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일이다. 야당이 지금처럼 ‘위장 평화쇼’, ‘평화사기극’, ‘즉흥적, 충동적 결정’이라며 폄훼를 한다면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야당은 여야, 좌우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안보와 평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초당적 협력의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 평창올림픽 결의안 발표 등 국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였듯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국면에서도 야당이 대승적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여, 국회 남북, 북미 정상회담 지원 특위 제안에 대한 야당의 조속한 응답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공작’을 통해 정치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의 조사 결과, 군의 악플러 색출 작전인 ‘블랙펜’에 대한 내용이 경찰에도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어 경찰의 자체조사로 밝혀진 것이다.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요원들이 윗선 지시에 따라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댓글을 작성하며 인터넷 여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댓글 공작의 불법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댓글공작이 이루어진 것은 당시 경찰 지휘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군 사이버사령부의 ‘블랙펜’ 작전에 경찰이 협조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국내 핵심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이어 경찰까지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수사의 주체는 바로 경찰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댓글공작의 장본인이 댓글사건을 수사한 것으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심지어 당시 경찰청장에 의한 수사외압 논란까지 제기된 바가 있다.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나올 리 만무했던 것이다. 경찰은 자체적으로 특별수사단을 구성해서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고 하는데, 과연 스스로 허물을 드러낼 수 있을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 Modified by Wonw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