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7.28)_ '을'의 첫 승리, 남양유업대리점주들의 되찾은 미소

'을'의 첫 승리, 남양유업대리점주들의 되찾은 미소

 

“항상 만날 만날 때마다 ‘싸우자’며 서로의 굳은 표정만 봤었는데 오늘은 얼굴미소를 보고 웃음소리를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창섭 남양유업피해자협의회 회장(40)은 남양유업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던 지난 1월에 비해 많이 수척해졌고, 머리가 짧아졌다. 삭발투쟁과 단식투쟁의 결과다. 하지만 이 회장의 표정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남양유업 타결 성과보고 및 을살리기 결의대회’에서 이 회장은 세상을 향해 처음 미소를 보였다.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관계자들과 국회의원, 사회시민단체 등이 남양유업 협상타결을 축하하며 떡을 자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는 지난 18일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의 타결된 협상 결과를 알리는 자리다. 대리점협의회는 지난 6개월간 남양유업 본사가 저지른 제품 강매, 직원들의 폭언 등의 불공정행위를 알려왔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 불매운동, 남양유업 대표이사 등의 대국민 사과, 검찰 수사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양측은 합의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앞으로 다른 ‘을’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남양유업 대리점 협의회 소속 대리점주들과 가족들, 전국 편의점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또 민주당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위원회와 진보정의당 소속 의원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들도 함께했다.

우원식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남양유업 대리점의 승리는 사람들에게 ‘을’의 현실을 알린 중요한 사건”이라며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힘을 얻어 다음 권리를 찾아가듯, 이번 승리도 모든 ‘을’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단식투쟁을 하던 이 회장이 ‘나도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 함께 저녁을 먹고 싶다’는 말을 내게 했을 때 ‘왜 이런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지 못하며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대리점이라는 하나의 밀알이 떨어져 열매를 만들어냈다”며 “‘을’을 가장 괴롭히는 ‘밀어내기’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 남양유업 사태였다”고 말했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었고, 또 국민들이 함께였기에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전국편의점협외, 농심특약점협회 등 ‘을’들의 모임들이 모여 ‘갑’과 ‘을’의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을’들도 대회에 참석해 앞으로의 과제를 알렸다. 전국편의점협회, 농심특약점협의회, 맘편히장사하고픈모임, 전국문구점협의회, 자원재활용연대, 롯데그룹피해자모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국순당피해대리점협의회, LG유플러스피해대리점협의회, KT을의피해자모임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기업인 ‘갑’의 불공정행위를 막고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박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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