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8.2)_ [클릭 여의도│기업의 ‘을 지키기’ 대응 매뉴얼] 버티다간 이미지·실적 모두 잃어 … 일단 “잘못했다” 진화

[클릭 여의도│기업의 ‘을 지키기’ 대응 매뉴얼] 버티다간 이미지·실적 모두 잃어 … 일단 “잘못했다” 진화

 

상생협약후 시행·손해배상은 오래 걸려 '시간벌기' 가능

민주당 지도부가 장외투쟁을 선택하는 강경책을 쓰면서도 놓지 않고 있는 게 있다. '을지로'다. 민주당은 30여개의 불공정행위를 접수받아 이중 7개를 해결했다. 남양유업, CJ제일제당, 미니스톱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들도 포함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농협정보시스템 대리운전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 숨겨져 있는 '을'의 고통과 눈물도 공개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을지로 위원회로 민생현안이 타결되고 조정도 하는 등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바짝 엎드려 있으면 지나갈 '태풍'으로 여겼던 '갑을 논란'이 시대적 물길이 돼 가는 분위기다. '유행'이 아닌 '흐름'이었다. 민주당은 기세가 올랐다.

초창기 남양유업만 하더라도 버티기를 일삼았다. 해명할 생각도 안했다. 국회의원실은 아예 찾지도 않았다. 민주당은 현장과 본사를 수차례 방문했다. 우원식 의원과 윤후덕 의원이 6일간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지난달에야 협상이 타결됐고 남양유업 방지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남양유업=악덕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매출이 40% 줄었다. 할인작전으로 만회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미지도 잃고 실적도 잃었다.

기업들은 금세 눈치를 챘다. 민주당은 을지로 신문고에 접수된 후 현장방문, 법률상담, 기자회견, 협상중재, 입법지원 등의 절차를 밟는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정도면 법률검토까지 끝났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자체조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공정위에 고발조치도 한다. 오너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CJ그룹의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18일 민주당이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6일만에 김태준 식품사업부문 대표(부사장)가 담당 국회의원인 이학영 의원실에 방문했다. 다음날인 25일에 곧바로 대리점주들과 합의했다. 일주일만에 합의까지 이른 것이다. 이달 말에 상생협약식이 이뤄졌다. 한달 반만에 모두 끝냈다.

을지로 신문고에 불공정행위 기업으로 신고된 모 기업 관계자는 "국회를 담당하는 직원을 별도로 둬 국회의원실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버티면 대외이미지만 나빠지고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갑'으로 지목받아 민주당 '을지로'신문고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담당 국회의원을 찾는다(민주당은 담당 의원을 찾았고 해결은 의원들의 실적이다)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공언한다(국회의원과 보좌진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피해자들과 만나 요구사항을 듣는다(피해자와 민주당은 핫라인이 구축돼 있다) △될 수 있으면 전폭적으로 수용한다(지지부진한 협상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합의내용을 기자회견이나 상생협약으로 알린다(국회의원은 알리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성'이다. 대응이 느리면 민주당이 직접 회사를 방문하거나 공정위에 제소해 언론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상생협약'으로 완전진화한 다음 피해보상 문제 등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숨을 돌릴 수 있다. '상생협약'을 지키는 것도 나중의 문제다. 또다른 기업의 국회 담당자는 "처음과 달리 민주당의 을지키기에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하려고 한다"면서 "일부 의원들은 피해자 입장만 고려하더라도 (기업엔) 모두 수용할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일신문=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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