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문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새벽에 그토록 우려하던 일이, 하지만 제발 일어나지 않기 바라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라크에서 근무 중인 김선일 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납치되었습니다.
김 씨를 납치한 저항 세력은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의 철수와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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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곧 이라크 추가 파병에 관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어제, 저는 판단했습니다.
“우리 나라 정부가, 그리고 대통령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파병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 대표인 저는 내 양심의 문제 차원에서 ‘추가 파병 재검토’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 김 씨의 납치 소식을 듣고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의견 표명이 ‘자 봐라, 파병하면 이렇게 된다고 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보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사가 달린 문제를 앞에 두고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이 어떨지,
그리고 혹시 의견 표명이 김 씨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게 부담에 되는 것은 아닌지...

김 씨 납치 문제는 파병 찬성이나 반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문제를 떠나 김 씨의 무사 귀환 자체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파병 재검토 찬반 여부를 떠나 우선 김 씨의 무사 귀환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오늘,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의원들이 오랜 시간 논의를 했습니다.
논의 끝에 아래 성명서처럼 우리 의견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의견 표명이 이라크 저항 단체에게 전해져서,
“김 씨의 조건 없는 즉각 석방이라는 이라크 저항 단체의 ‘인도적 결정은 이라크에 반대하는 한국 내 많은 세력의 목소리에 큰 힘이 될 것’(이라크 저항단체에 보내는 호소문)”
이라는 우리의 호소를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선일 씨의 무사 귀환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2004. 6. 21

우원식 올림



다음은 오늘 발표한 성명서 전문입니다


대한민국 민간인 김선일을 무조건 즉각 석방하라!
- 정부는 김선일의 석방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라!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하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우리 국민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되어, 지금 이 시각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의 20일 보도에 의하면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은 미군 군납업체로 바그다드에서 활동중인 가나 제너럴 트레이딩 컴퍼니의 직원인 김선일씨라고 한다.
납치범들은 한국정부가 24시간 이내에 이라크 철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인의 머리를 한국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8일 한국군의 추가 이라크 파병을 발표하면서 현지에서는 한국인이 저항세력의 본격적인 표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 우려가 이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선일씨의 납치사실이 보여주듯 우리 군의 추가 파병은 이라크내의 저항세력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현지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은 물론 스페인 사례에서처럼 국내에서의 예상치 못한 대규모 테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그 어떠한 가치도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명분없는 전쟁도, 무고한 시민의 테러 납치도 반대한다.

2. 한국 민간인을 납치한 저항세력은 대한민국 국민 김선일씨를 즉각 석방하라.

3. 피랍된 김선일씨의 조속한 생환을 위해 정부가 특별하고도 신속한 대응을 취해주기를 촉구한다.

4.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추가 파병의 중단은 물론, 이라크 추가 파병 계획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2004년 6월 21일

이라크 추가 파병 중단 및 재검토를 요구해온 열린우리당 의원 일동

강창일 강혜숙 김원웅 김재윤 박찬석 송영길 안민석 우원식 유기홍 유승희 이광철 이은영 이인영 이화영 임종인 정청래 장경수 제종길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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