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저의 견해입니다

지난 5월30일부터 17대 국회가 시작되었습니다만 그동안 이런 저런 준비로 홈페이지를 통해 넷티즌 여러분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국회 원구성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정리는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서도 여러분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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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거 때,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반대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가 파병을 반대하는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변화된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것 몇 개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라크 전쟁은 출발부터 잘못된 전쟁입니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했고, 이라크가 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렇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을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점령 이후 어떠한 대량 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 6월16일 미국의 ‘9ㆍ11진상조사위원회’는 ‘9ㆍ11테러 당시 후세인 정부가 알 카에다에 협조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미국에 대한 공격 당시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협력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조차 사설을 통해 조지부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입니다.


둘째, 우리가 다른 나라에 파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당 나라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추가 파병의 결정 과정에는 미국의 요청만 있었고 이라크 국민의 요청은 없습니다. 이번 이라크 추가 파병은 우리 나라와 미국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와 이라크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46호는 전문에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라크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의 이행 과정에서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 것을 환영하며, 2004년 6월 30일까지 점령상태의 종식 및 완전한 주권을 보유한 독립적인 이라크 임시정부가 모든 책임 및 권한을 수임할 것을 고대하고·····”

즉, 6월 30일자로 연합행정처가 해체되고 이라크가 완전한 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공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보아도 이라크 추가 파병은 6월 30일에 구성되는 이라크 주권임시정부와 파병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저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파병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16대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것 역시 현실이라고 인정입니다. 따라서 절차적으로 파병이 결정된 상황에서 파병을 반대한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생각하여 재검토를 주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파병 반대라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지난 6월 9일 다른 동료 의원과 함께 파병 재검토를 주장했던 것입니다.

제가 파병 재검토를 주장한 근거는 특히 이렇습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추가 파병에 동의한 이유는 파병 목적이 ‘평화 재건’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라크 상황은 평화 재건 상황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미군의 비인도적 포로학대, 연일 계속되는 전투(현재 이라크 상황은 ‘테러’ 수준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라크 국민 대다수가 미국 주둔을 반대하는 등 파병을 처음 결정할 당시와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투 부대’를 추가 파병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를 재건이 아닌 전장에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16대에서 동의한 파병 목적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하여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정치 정세입니다. 민주당 케리 후보는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파병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인 미국의 정책이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파병은 재검토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파병 재검토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어제 일부 인터넷 보도에서 제가 ‘입장을 바꾼 의원’ 명단에 있더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저는 파병 재검토라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파병 재검토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그것은 제가 국회의원으로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면서 동시에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라는 두 위치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개인적,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써 저는 파병 문제는 명백히 ‘파병 재검토’라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파병을 결정’한 집권 여당 소속 국회의원입니다.

저는 파병을 결정한 대통령이나 이를 동의한 다른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고민 역시 이해합니다. 우리 나라 현실이 미국에 대하여 완벽하게 대등한 관계일 수 없는 역사와 현실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내린 결정에 ‘동의’는 하기 어렵지만,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는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개인적 양심에 따른 결심과, 제가 소속된 집단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어떤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오늘 내일 저는 더 고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저의 견해를 분명히 밝힐 것입니다.


일단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지금 저의 고민을 말씀드리고 곧 그 고민의 결과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6월 19일

우원식


추신 :

오늘 대학생들이 '파병 철회'를 요청하며 우리당 신기남 의장 국회의원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경찰이 배치됐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경찰에 철수를 요청했습니다. 제가 경찰 철수를 요청한 것은 제가 파병에 대해 재검토라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는 제가 판단한 어떤 정치적 견해가 학생뿐 아니라, 설사 국민 여러분 다수의 뜻과 다르다고 해도, 저의 사무실을 경찰이 지키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의 판단은 제가 책임집니다. 사무실을 찾아오는 어떤 분들과도 대화를 할 것입니다.

과거 대화의 단절이 어떤 고통을 주는가, 뼈저리게 경험했던 저입니다.

대화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찾아오시면 됩니다. 저와 여러분 사이에서 대화는 시간과 장소의 문제만 있을 뿐, 경찰이나 그밖의 장벽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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