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나타나는 개혁진영의 모습을 개탄한다

개혁을 주장하는 우리는 두 개의 방패를 들 여유가 없다
-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나타나는 개혁진영의 모습을 개탄한다.


당내 어디에 서 있든 정치적 지향점이 개혁의 기준이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인 한, 개혁 의지의 여부는 당 내 어떤 계파나 친분 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작년 우리는 4대 개혁입법을 어떻게 바라봤으며, 4대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 내가 생각하는 이번 대의원 대회의 평가 기준은 이것이다.

열린우리당 당원은 누구나 개혁을 지향하지만, 그 개혁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우리가 과연 그 대전제에 ‘실천적 동의’를 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한번쯤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는 그런 자기 반성과 실천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이번 대의원 대회다. 따라서 나는 ‘4대 개혁입법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추구했던 개혁입법은 추상적 구호나 관념적 과격성을 담보하는 개혁입법이 아니다. 개혁 입법은 분열주의 파벌주의의 산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될 수 없다.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우리 모두 스스로 묻고 답해보자. 우리는 개혁입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개혁입법을 위해 열었던 240시간 연속 의총, 과연 분열주의의 행동이었나? 개혁을 빙자한 과격 상업주의였나? 우리는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개혁을 위한 동지는 열린우리당 안 어디에 있든 동지다.

아쉬움이 있지만, 240시간 연속 의총은 개혁입법 추진을 위한 의지의 결집이었다. 240시간 연속 의총은 한나라당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했다. 개혁입법 추진은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게 정체성을 드러내게 했다. 우리당은 우리당이 개혁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게 했고, 한나라당에게는 개혁을 거부하는 정체성을 드러내게 했다. 개혁은 이렇게 한나라당에게는 아킬레스 건이다.

그런데 그때 함께 우리당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분들이 ‘지금 어디에 있냐’로 다툰다. 지금 어디에 있든 현실 극복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한, 그들은 동지다. 그렇지 않은가? 서울시에서 중앙위원으로 출마한 나는 비통한 마음을 갖고 이 글을 쓴다.

스스로 개혁진영에 있다는 어떤 당원은 나에게 말한다. “서로 갖고 있는 표를 바꿉시다.” 표를 주고받는다? 대의원이 주고받는 그런 대상인가. 그런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스스로 개혁 진영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어떤 기간 당원은 묻는다. “어떤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신은 어떤 계파인가?” 비통하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 어떤 계파에 속해 있나 하는 것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개혁 정당의 선거에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일부라고 해도 비통할 따름이다.

나는 열린우리당, 그것도 개혁 진영에 소속하고 있다면 누구나 가깝다. 또 누구하고도 함께 할 수 있다. 그 옆에 서는 것은 영광이다.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당원과 대의원에게 진정으로 호소한다. 우리가 대의원 대회에서 선택할 기준은 개혁이며 개혁입법을 추진하려는 의지다. 어느 계파에 서 있냐, 누구랑 가까운가, 진정 이것이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느 계파에 있느냐는 질문은 나에게 또 하나의 방패를 강요하는 셈이다. 우리는 이미 국회라는 현실적 공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한나라당을 향한 방패를 들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어느 계파냐? 누구와 가깝냐?’는 질문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방패를 들게 된다.

개혁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는 지금 두 개의 방패를 들 여유가 없다. 한 손에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며 다른 손에는 정당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한나라당의 공격을 막는 방패를 들어야 한다. 여기에 선택을 강요하는 공격에 대항할 방패를 들을 여유가 내게는 없다.

대의원 대회는 논쟁을 전제로 한다. 치열한 논쟁으로 다양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드러내고 대의원이 선택한 정체성과 노선에 모두가 동의하여 새 정체성과 노선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지금 어디 서 있는지만을 묻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부정하려고 했던 과거의 작태일뿐이다.

이제 다시 노선을 다투어보자. 어떤 노선이 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지 논쟁하자. 당론을 지키기 위해 했던 240시간 연속 의총에 대한 대의원들의 평가를 위해 뛰어보자.

지금 너는 어디서 속해있냐는 공격, 분열주의적 개혁이라는 공격, 그 공격을 막을 방패를 들 여유가 지금 우리에게는 없다.

2005. 3. 25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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