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대표, 말 바꾸지 말라"
제80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13년 11월 13일(수) 오전 8시30분
□ 장소 : 국회 당 대표 회의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의식해서 국회선진화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주도했다. 당시 원내대표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분이 황우여 대표다. 그분은 국회 운영위 표결 직후에 여야가 상호존중하고 서로 경청하는 정신 그리고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하는 정신을 강조하며 품위 있는 국회, 역사적 순간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당대표 당선 직후에는 국회는 선진화법에 따라서 국민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선진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포부까지 밝혔다. 이런 선진화법을 이제 와서 위헌이라니. 헌법 위에 군림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편적 모습이다.
지금 국회가 파행하고 있는 이유는 선진화법 때문이라고 둘러대며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있지만 본질은 박근혜정부의 일방독주와 새누리당이 그 들러리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묻겠다. 이제 더 일방독주를 하려다보니 자신들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조차 불편해진 것이 아닌가. 이러니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황우여 대표께 한 마디 하겠다. 말 바꾸지 말라. 부끄럽지 않나. 진짜 독재로 가려는 모양인데, 그 과정에 황 대표도 역사의 나쁜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기 바란다.
김진태 의원께도 한 말씀 드리겠다. 제가 한 말씀 했더니 그것에 대해서 해명아닌 해명을 하면서 대가를 치르겠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말이냐고 했다. 정말 황당하다. 정말 국회의원으로서 자격과 수준을 갖춘 사람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사과하라.
오늘이 전태일 역사 43주기다. 또 다른 전태일들이 오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22살의 청년 전태일이 온몸으로 시대에 항거하며 분신했던 날이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로부터 43년이 흘렀다. 1인당 국민소득은 254달러에서 22,708달러로 100배 가까이 늘었지만 우리사회의 노동현실은 상대적으로 그러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마지막 유서가 된 동료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고 썼다.
11월 16일 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면적인 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전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8년 연속 세계 1위라는 화려한 공항의 뒷면에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절박한 노동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그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생긴 후 처음으로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제가 얼마 전 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을 만난 그 안에서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가 있었다. 2013년 또 다른 전태일이 오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1970년 박정희시대에 경제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착취가 정당화됐다면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는 공무원노조 탄압,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화 등이 진행되고 있다. 피폐한 노동과 삶의 고통이 나아지고 있지 않고서 경제발전, 창조경제 이런 것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금은 1970년대 식 경제발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2013년에는 을들을 지키고 노동을 존중하는 함께 살기 위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꼭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보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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