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뉴스룸] (한겨레,3월 14일자)‘파견 차별’ 진정 1년 26명 그쳐…‘전부시정’ 판정은 0

‘파견 차별’ 진정 1년 26명 그쳐…‘전부시정’ 판정은 0


“차별 심하지만 잘릴까 두려워” 

도입 8년반…진정 221명 밖에

지노위 소극적 판정도 꺼리게해

노동청 직권조사 한번도 안해

“제도 실효성 높여 파견 보호를”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 하청업체에서 파견노동자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성식(가명·28)씨의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이다. 원청 소속 정규직 노동자는 7130원을 받는다. 김씨는 정규직이 받는 상여금(연간 300%)도 받지 못하고, 4대 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다. 김씨는 80여명의 파견노동자들과 함께 자동차 서스펜션을 조립하는 일을 하는데, 이는 원청 소속 정규직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파견노동자는 차별적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파견노동자 차별시정 진정제도)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불공평하다고 늘 생각하지만, 차별시정 진정 그런 거 해봐야 잘릴 수도 있고 뒷수습도 안 될 것 같아 꺼려진다”고 말했다.

원청 정규직과 파견노동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파견 차별시정 진정제도’를 이용한 파견노동자가 도입 뒤 지금까지 8년반 동안 22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2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노동위원회 차별시정 진정 현황’을 보면, 차별시정 제도가 시행된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8년6개월 동안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11개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한 파견노동자는 모두 221명에 그쳤다. 한 해 26명에 불과하다. 차별시정 진정제도는 2007년 파견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등 처우에서 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지노위가 차별을 인정하면 원청과 파견업체는 해당하는 액수만큼을 돌려주고 관련 취업규칙 등도 바꿔야 한다.

파견노동자의 진정이 극소수에 그친 까닭은 고용보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업주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지노위에 진정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현아 노무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3~6달 단위로 원청업체가 바뀌는 탓에 차별 문제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견노동자가 진정을 내도 노동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8년 반 동안 지노위가 노동자 쪽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전부 시정’ 판정을 낸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일부 시정 17명, 조정 성립 18명 등 부분적으로나마 인정받은 이도 중간에 진정을 취하한 122명을 뺀 나머지 99명 가운데 35.4%에 그쳤다.

시정 판정률이 낮은 것은 지노위가 차별의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박주영 노무사는 “차별의 기준은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노동자인데, 이에 대한 지노위의 해석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이를테면 스포츠센터의 수영 강사와 스쿼시 강사는 서로 대체 가능성이 없다고 유사동종성을 부정한다”고 짚었다. 상당수 지노위가 회사 쪽에 관련 서류 제출도 요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2012년 8월부터는 노동청에도 진정을 낼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으나 지난해 말까지 3년5개월 동안 실제 진정을 낸 노동자는 18명에 그쳤다. 2014년 9월에는 파견노동자 차별이 확인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청이 다른 차별이 없는지 직권조사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효력확장 제도’도 도입됐으나 적용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이하 보도 생략

보도 전체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347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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