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원내대표, 제69차 원내대책회의 참석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1997년 오늘, 대한민국 정부는 200억불의 구제 금융을 국제통화기금에 요청했다. 이후 IMF 체제 아래 진행된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은 많은 국민들이 제2의 국치로 기억될 만큼 고통스러웠다.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관치금융, 정경유착의 늪에 빠져 있던 거대 재벌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그보다 훨씬 많은 국민들이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의 한파에 내몰렸다. 2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은 3,800억 달러를 상회하며, 전체 상장기업의 부채비율 역시 올해 2분기 기준 약 67%이다.

 

IMF 20년, 대한민국 경제는 외형상 위기 전보다 분명히 튼튼해졌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할 것은 국민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노력위에 오늘이 있다는 것과, IMF 외환위기가 남긴 양극화와 불평등, 상시적 고용불안 이라는 상처가 아직도 국민의 삶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당시에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느새 노동자 2명 중 1명에 달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불평등지수인 소득 대비 자본비율은 8.28배로 미국의 2배이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5%를 차지할 정도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생산성 증가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재벌 기업만 살찌는 불공정 경제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IMF 외환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IMF 체제가 남긴 양극화, 불평등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할 때 비로소 외환위기는 그 역사적 종결이 가능해진다.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의 마중물인 2018년 사람예산은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드는 담대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IMF 체제 20주년을 맞아 실시된 KDI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일자리와 고용안정,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국민들이 50%에 가까웠다. 현장 공무원 충원과 아동수당 도입, 노인 기초연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이야말로 시대정신을 받드는 안성맞춤 대책이다. 현재 예결위 소위에서 야당의 발목잡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우리 정치권이 다시금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모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2018년 민생예산의 순조로운 처리를 거듭 촉구한다.

예결위 소위에서 야당의 무책임한 삭감주장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어제 예결위 소위 심사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건국절 쟁점 및 국론 분열 가능성을 주장하며 삭감 주장을 해서 보류되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예산 무조건 삭감이 얼마나 도를 넘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단적인 예이다. 민생분야뿐만 아니라 이제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4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인 가운데, 이 와중에 은행권은 고이율로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말까지 국내은행들의 순이익은 11조 2천억 원, 이자이익은 무려 27조 6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은행권의 호실적을 마냥 반길 수만 없는 것이, 서민부채 이자를 올려 한 몫 챙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2017년 9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의하며 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이는 1.93%포인트였고, 11월중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벌어져 잔액기준 예대금리차이가 2.28%포인트에 달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이 예금이자는 그대로 둔 채, 금리상승기를 틈타 대출 이자만 올려 폭리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이자놀이는 금융의 공적기능을 저버리고, 가계부채 폭증으로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은행 전체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이 80%를 차지할 만큼 예대마진에만 집중하는 영업행태는 결국 은행 경쟁력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은행들은 담보 위주의 손쉬운 가계대출 영업에만 골몰하지 않도록,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의 예대마진 폭리에 대한 집중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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