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를 마치고...분단!흙탕물..아! 한강..


화천 오작교에 올라섰다.

이곳은 흔히 DMZ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최전방이다. 코앞에 북한지역의 산들이 들어섰다. 철조망 저편 멀지 않은 곳에서 관측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일순간 우리 일행의 얼굴엔 긴장이 감돌았다. 산허리를 따라 거친 바리캉이 지나간 자국처럼 쳐진 철책선은 분단 그 자체였다.

오작교에서 북한강은 철책으로 끊어져 있었지만 물은 분단을 넘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발길을 돌려 북한강의 하류를 따라 내려갔다. 차량조차 출입이 어려운 길을 걸어 오작교에서 하류로 내려간 곳에는 평화의 댐이 물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평화의 댐은 북측의 금강산댐에 의한 물공격을 우려해 지어졌다. 북에서 남으로 보내는 물은 연간 30억톤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중 북한에서 17억톤만 내려보내고 나머지 13억톤은 전기생산을 위해 다른 곳으로 물길을 돌리고 있다. 물이 넘쳐서 걱정이 아니라, 물이 부족해 걱정을 할 판이다. 이처럼 물이 줄면 하천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뿐만 아니라 식수원의 부족도 야기한다. 특히 맑은 물이 흐르는 북한강물이 줄면 팔당물의 수질에 까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북한강은 말라가는 강물만큼이나 남북한의 협력과 대화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화천을 지난 북한강은 춘천에서 소양호의 물줄기와 만난다. 북한강의 물빛은 우리가 걷는 내내 황토색이었다. 이러한 탁류 현상은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확대 심화되고 있다. 8-9개월간 지속되는 탁류는 북한강의 하천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서생물의 절멸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교란을 일으킨다. 북한강이 직면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서울,경기지역의 소비자가 즐겨 찾는다는 강원지역 고랭지 채소밭의 광범위한 개발과 각종 지역개발 사업이 거꾸로 우리의 생명수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강은 금강산 인근 옥밭봉이라는 곳에서 발원하고, 남한강은 태백의 검용소에서 발원하여 팔당댐 양수리에서 만난다. 두 개의 물이 만난다고 해서 양수리의 우리말이두물머리다. 하나로 합쳐진 물은 하남을 거쳐 서울을 관통하여 흐르고, 다시 파주의 끝머리인 오두산에서 임진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빠져나간다.

한강은 강을 따라 온갖 생명이 숨을 쉬는 생명의 통로로서의 기능을 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 정도로 수도권 이천오백만명의 목줄을 쥐고 있는 단일 식수원이다. 한강의 상류인 북한강물의 감소와 흙탕물로 한강은 이제 큰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북한강의 문제에 그치고 있지 않았다. 이미 한강 전체의 과제로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 물은 한강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내리치고 있었다. 분단의 최전방인 철책이 이어진 한강 하류를 걷는 우리의 마지막 여정 위로 쏟아지는 폭염은 강렬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우리는 철책너머의 강을 바로 보며 걸었다.

9일간 850리를 함께 걸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났다. 거리에서 고민을 나눴다. 희망을 모아가는 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우린 걸었기에 강을 새롭게 보았고, 삶의 바닥처럼 부르튼 발로 새삼 겸허해질 수 있었다. 평화, 통일, 생명의 한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우리의 삶도 강처럼 흘러갈 것이다.

2007년 9월, 한강 도보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국회의원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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