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추진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최소한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추진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굴포천 유역은 인천부평과 부천, 그리고 서울 강서지역이 접해있는 곳으로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 상습 침수 피해지역이다. 이는 홍수시에 굴포천 수위가 6.5m인데 비해 한강수위는 10.6m로 4m이상 낮아 자연배수가 불가능한 저지대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이에 1988년 정부에선 굴포천종합치수대책을 수립, 1990년부터 8.5km 규모의 굴포천 정비사업과 계양구 귤현동과 인천시 서구 시천동에 이르는 길이 14.2km, 폭 40m 규모의 굴포천 방수로 사업을 내용으로 하는 치수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1999년 완료예정이었던 굴포천방수로 사업은, 저폭 20m의 임시방수로를 완공한 이후 더 이상 진척이 없이 표류하게 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1992년 환경영향평가 협의까지 완료되어 추진되고 있던 방수로 사업이 굴포천 방수로를 활용해 시천동과 한강 행주대교를 연결하는 길이 18㎞, 폭 100m의 경인운하라는 사업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파괴 논란이 거세지면서 굴포천 방수로는 2003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그해 정부 부처간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경인운하 경제성 재검토와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추진하는 방침이 세워졌고, 이에 따라 건교부가 굴포천 방수로 저폭 80m 서해일괄방류 사업계획을 세워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인운하 경제성 재검토에 영향을 미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계획은 경인운하로 가는 지렛대에 불과하다는 반대여론에 직면하게 된다.

  경인운하를 둘러싼 이런 오랜 갈등 과정으로 인해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그 자체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고, 이로인해 당장 인근지역의 홍수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2005년 이 사업의 관련 당사자인 건교부, 환경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은 17대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던 나에게 중재를 요청하여왔다. 돌파구를 마련해달라는 절박함이었다. 지역 현안사업도 아니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다는 것이 정말로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망설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갈등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늘 강조해왔기에 이러한 요청을 사양만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건교부(현 국토해양부), 환경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가한 간담회를 통해 두달간에 걸쳐 여섯 차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 극적인 합의가, 2005년 4월 28일 ‘굴포천 방수로 공사 및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절차’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경인운하를 둘러싼 오랜 갈등을 감안하면, 당시의 합의는 대단히 희망적인 합의였다고 볼수 있다.

  합의의 핵심내용은 2가지였다.
첫째는 굴포천 방수로의 폭 80m 사업계획을 인정하되, 협의회에서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기간 중에는 방수로 사업을 저폭 40m까지 시행할 것,
 
둘째, 경인운하 추진에 대해서는 2/3의 찬성이 있을 때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하게 합의함으로써 경인운하의 추진을 매우 엄격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92년부터 추진되던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굴포천, 경인운하, 이 두 문제가 겹쳐서 15년간 임시방수로 20m를 추진한 이후 아무것도 진전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굴포천유역의 홍수예방을 위해 80m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진행되었고, 40m로 확장공사를 완료해 다음해 홍수피해를 방지할 수도 있었다.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동안 제자리에서 맴돌던 굴포천 유역의 홍수예방을 위해 계획된 방수로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환경문제 및 경제성 문제로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 중에 하나인 경인운하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그 사업 추진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그 동안 한탄강, 새만금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합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합의 내용 중에 의사 결정 절차와 준수 약속까지 미리 정해 놓아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결국 일방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다.
굴포천 방수로를 80m로 확장하는 합의는 박수까지 쳐가면서 전광석화처럼 추진하더니 경인운하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자, 합의사항을 전면 부정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합의사항 중 2/3이상의 동의라는 규정은 당연히 경인운하 추진이라는 안건을 전제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경인운하 사업에 찬성하는 당시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위원들이 이 기준을 경인운하 추진 반대에도 적용하자는 억지 주장을 하고 나왔다.

  또 과반수의 의결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결론을 내기로 한 합의를 무시하고 이 사업의 추진 여부를 정부에 맡기라고 주장하며, 협의회를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정말 문제인 점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건교부(현 국토해양부)라는 정부당국이 사회적 합의에 자신들이 서명해 놓고도 마지막 의결조건인 과반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의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버젓이 그 약속을 전면 부정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노사갈등, 지역이기주의, 개발과 보존의 갈등 등 다양한 갈등과제들이 놓여있다. 따라서 이것을 현명하게 극복해야 우리사회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다. 당시의 건교부는 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오늘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건설을 다시금 추진한다고 국회업무보고를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최소한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추진을 거론할 자격조차없다.

반칙은 반칙을 부를뿐이다. 우리사회는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에 있어서 그 만큼 과거로 퇴보할 뿐이다. 경인운하 추진은 해결이 아닌 갈등을 키우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참 염려스러운 정부다.

2008. 9. 2

우 원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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