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재파병은 안된다


지난달 30일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을 확대하고 PRT를 보호하는 경비병력 등 전투 병력까지 아프간 재파병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 파병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한국의 위상과 국익에 맞는 조치’라고 밝히며, 아프간 현지실사단 파견준비에 들어갔다.

2007년 탈레반의 폭탄테러로 희생한 故윤장호 하사 사건과 분당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인질사건을 계기로 동의․다산부대가 철수한 지 약 2년 만에 우리 군이 재파병되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전 국회의원

우원식 민주당 전 국회의원ⓒ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당시에도 전투병이 아니라 의료와 공병부대를 파병했지만 우리 국민은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이번 아프간 재파병으로 현지에 있는 국민들뿐 아니라 제3국에 있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시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것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 2004년 기억하기도 끔찍한 김선일씨 피살사건 때문에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청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본 필자에 의해 밝혀졌던 사실 중에 한국인의 파병으로 인해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니잠 코리’라는 테러조직이 현지에 결성되었다는 점은 당시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의 파병에 대해 현지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고, 그 우려는 곧 현실화하고 만 것이다. 그러니 재파병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인지는 다시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2004년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2007년 분당샘물교회 선교단 피살사건등 말 할 수없이 참담한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또 모든 국민이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백 번을 양보해서 그 전쟁이 정말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명분 있는 전쟁이라면 우리의 젊은이 또는 우리 국민들의 희생을 감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의 성격이 정말 그런가!

본 필자도 아무 관련도 없고 영문도 모른 채 졸지에 목숨을 빼앗긴 많은 테러 희생자를 보며 어떠한 폭력과 테러도 절대로 안 된다고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해 왔다. 따라서 9.11테러는 물론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만 테러를 당했나? 수많은 아랍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에 의한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은 어떻게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시기 미국 부시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알 바그다디아TV'의 알 자이디 기자가 하루아침에 아랍권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그의 신발을 본 뜬 기념동상까지 세워졌던 사실은 이 지역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분노를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은 모두 동등하다. 그것이 정당하려면 미국에게만 정당한 것이 아니라, 아랍권,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에게도 정당해야 비로소 제대로 정당한 것이다.

아프간에서 피랍된 고 심성민 씨의 시신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유가족들이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피랍된 고 심성민 씨의 시신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유가족들이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더구나 현재 아프간에 파병중인 나라도 현지 사정 악화에 따른 자국 병력을 철수시키거나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일본 등도 눈치를 보며 파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테러 전쟁이라는 명분은 퇴색되었고 아프간 국토의 80% 가까이가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 후 아프간 재파병을 전격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으며 명분도 없는 전쟁에 충분한 검토도, 국민의 동의도 없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선물로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아프간 재파병에 대해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용산참사, 4대강 죽이기 사업, 세종시, 미디어악법 등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최근 국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의 국론분열을 이르고 있다. 이번 아프간 재파병 결정으로 국론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즉각 아프간 재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아프간에 대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재파병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고 윤장호 병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모습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고 윤장호 병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모습ⓒ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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