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 - 자전거, 나 그리고 우리공동의 미래





저는 참 자전거와 인연이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어머니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물놀이와
자전거타기를
엄격하게 금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수영은 거의 맥주병 수준입니다.
개구리수영을 약간 합니다만 풀장에서 기세 좋게 다이빙을 하고 힘껏
내저으면
최대유효거리가 20m정도이죠. (이만하면 괜찮은 수준인가?)

아직도 저에게 덛씌어진 이 운명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역시 그랬습니다. 제가 오래 환경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제가 자전거를 잘 탈 것이라고 보통 생각을 하시는데 이 역시 제 신변을
너무도 걱정한(?) 우리 어머니 덕분에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수준이었습
니다. (이것도 역시 운명적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4년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제가 1년에 4대강을 하나씩 걸어왔는데, 그 중에 2006년 금강 도보순례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 신무산 뜸봉샘에서 발원해서 진안, 무주를 거쳐
충청도의 금산, 옥천, 대전, 공주, 부여, 논산, 강경을 지나 다시 전라북도
군산에서 서해를 만날 때까지 400km를 흐르는 길고 큰 강이었습니다.

그때는 국회의원 시절이어서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야했기 때문에 이
긴 강을 걷는데 겨우 겨우 열흘을 낼 수 있었죠.

이 강을 열흘 동안 걷기로 계획을 하고나니 구간별로 도저히 걸을 수 없는
거리가 생겼고 고민고민하다 그 길을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나의 고민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것 인가
였습니다.

15년간 환경운동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 자전거를 못 탄다고 말 할 수도
없고
‘ 이 난감한 문제를 어찌해야 하는가?’

결론은 딱 하나!

빨리 연습을 해서 자전거는 타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해 6월부터 한 달간 우리 집 뒤 용동초등학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뒤늦은 자전거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달밤에 체조한다고, 달밤에 자전거타는 내 모습, 쓰러지고 자빠지는 모습이
아마 가관이었을 겁니다.
수십차례 넘어져 무릎도, 손바닥도 까졌지만 금강에서 자전거를 반드시
타야 한다는 일념으로 연습을 계속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웬만큼 자신이 붙을 때쯤 여의도 국회까지 약 30km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출발하였습니다.
첫 장거리 여행인데 처음에는 중랑천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전거라는
새로운
눈높이와, 자전거의 속도가 전달해주는 상쾌한 느낌은 참으로 인상
적인 것이었죠.

그러나 그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국회 도착까지 약 2시간 30분쯤 걸렸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사타구니의
쓰라림, 아픔, 다리의 후들거림...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는 초보의 미숙함때문에
울퉁불퉁한 도로가 주는 충격을 연약한 사타구니로 모두 감내해야 하는
고통...
왕초보의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거의 빈사지경이 되어 도착했던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러나 날로 자전거 실력이 늘어났고 이제는 웬만한 거리는 전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지역에서 지역구활동은 거의 자전거를 타고 하려고 하고
있지요.

자전거를 타면 정말 좋은 점이 많습니다.
1석2조라는 말이 있는데 자전거는 1석10조는 될 것입니다.
돈이 절약되지요
건강에 좋지요
공해를 일으키지 않지요
교통문제로 해결하고, 교통사고 사망율도 줄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그 막대한 도로건설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신나는 일은 ‘나의 살아있음의 확인’입니다.

자전거 위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자전거는 앞으로 나갑니다.

이때 페달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다리 근육의 움직임, 허벅지 근육에
힘을 넣어 힘차게 페달링을 하면 미끄러지듯 앞으로 향하는 도약, 그것
들이 나의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15~6km의 적당한 속도 혹은 20km의 빠른 속도에서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의
흐름은 걷기 또는 자동차와는 완연히 다른 상쾌함과 나의 살아있음을 확인
시켜줍니다.

걸음의 눈높이도 아닌, 자동차에 편안히 앉아 있는 눈높이도 아닌, 딱딱한
자전거 안장위의 눈높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입각점을 만들어
줍니다.
그 새로운 높이에서 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나의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줍
니다.

이러한 살아있는 아름다운 자전거가 전 지구적으로 닥쳐있는 인류의 미래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함께 누리는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함께
자전거의
길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함께 가는 사람들 중에 생활 속의 자전거로 시급히 만들어야할 때
저 멀리 있는 4대강 주변의 자전거길, 산허리를 잘라 만드는 자전거길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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