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으로 국정감사에 다녀왔습니다

경인운하 공사현장

참고인으로 국정감사에 다녀왔습니다

10월 6일 국정감사 첫날, 참고인 자격으로 환경부 국정감사에 다녀왔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은 특정사안에 대한 사실관계와 내용을 확인해줌으써 국회의원들의 원활한 국정감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 자격이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장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되었습니다. 감사위원이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인석에 앉아서 제 차례를 기다리면서, 감사를 받는 공무원들과 증인, 참고인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나 사물도 조금 다른 시선이나 각도로 보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주요한 한 축인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국정감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 한참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한 참고인으로 요청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라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위원장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게 된 것입니다.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한 갈등은 역사가 깁니다. 92년 상습침수지역이던 굴포천 유역의 홍수방지를 위해서 계획된 굴포천 방수로를 건교부(현 국토해양부)가 96년 경인운하 사업으로 변경하면서부터 지역주민, 환경단체와의 사회적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으로 방수로 사업조차 진행되지 못하면서, 10년 넘게 굴포천 지역의 홍수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건교부의 호무리한 경인운하 사업 추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건교부, 환경부, 지역주민, 시민환경단체가 저에게 갈등의 중재를 요청해왔습니다. 노원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뿐더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설득과 천성산터널문제, 새만금, 사패산터널문제 등 개발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당시 상황에서 새로운 갈등해소의 모범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국민을 기만한 건교부의 경인운하 추진, 환경부가 막아야

하지만, 잘 진행되던 협의회는 건교부의 철저한 기만 속에서 경인운하 사업 추진의 가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건교부는 협의회를 자신들이 추진하는 경인운하 사업을 위해 철저히 이용만 하고, 경인운하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협의회 회의에 의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협의회의 결정을 무산시켰습니다.

건교부가 원하던 중단된 방수로 사업을 확대해서 다시 시작하게 되자 기존의 약속을 뒤집고 경인운하 찬성측 위원들과 함께 경인운하 사업 추진가부를 결정하는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회의를 무산시켜버렸습니다.

현재 건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80m 저폭의 방수로 사업은 경인운하 추진 가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결정된 것입니다. 하지만 건교부는 협의회의 약속을 저버리고  나서도 뻔뻔하게 방수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책임있는 정책 당국으로서 경인운하 사업 추진여부가 결정날 때까지 미루기로 했던 80m 방수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더 이상의 추가사업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당시에 환경부가 약속한 내용입니다. 또한 다시 추진하려고 하는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을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협의회에서 건교부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것에도 모자라, 경인운하 사업마저 선선히 협의를 해준다면 우리나라의 국토와 자연을 보전하는 중심부처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포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만의 장관의 답변 태도를 보면서 환경부가 당시에 한 약속이 이행되기 매우 어렵겠구나. 국토해양부는 기필코 경인운하를 하려고 하는데 환경부는 들러리나 서겠구나 하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환경부 과천청사인 국감장 밖을 나오니 가을이 깊숙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가올 겨울을 향해 다시 옷깃을 여며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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