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녹색성장을 원하는가?

운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unhachulsu.jpg   최근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반도 운하추진을 검토해볼수 있다고 밝혔다.

낙동강 현장을 직접 발로 걸으면서 마음을 계속 괴롭히던 운하 재추진에 대한 의구심이 정부나 정치권의 한반도 운하와 관련된 움직임을 보면서 그 실체가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중앙과 지역의 각분야에서 운하 추진을 위한 끈질기고도 치밀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절정에 다다랐던 지난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통해서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한마디로 그 동안 들불처럼 타오르던 운하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여론조사(중앙일보, 2008. 6. 22)에서 국민의 82%가 운하건설을 반대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운하의 완전한 포기는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12일간 낙동강을 직접 걸으면서의 느낌을 종합하면, 이 단서조항이 바로 운하 추진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소나기는 피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동시에, 국민의 반대라는 단서조항을 뒤바꾸기 위한 작업을 더욱 열심히 추진하겠다는 기만적인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짙은 의혹을 떨쳐낼 수가 없다.

  촛불이 잦아들고 올림픽을 거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정지지율에 힘입어서인지, 최근 정치권에서는 다시 운하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8월 15일 이재오 전의원이 태평양 건너에서 운하추진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 3월부터 잇따라 만들어진 운하관련 민간단체들과 한반도대운하재단은 인터넷 신문과 방송을 만들어 대운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낙동강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운하예정지역 현지에서도 지자체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운하 재추진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강과 낙동강이 이어지는 문경을 비롯한 경북, 경남지역 전역에서 지역발전과 낙동강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지역의 여론을 뒤집기 위한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경에서는 아름다운 진남교반을 훼손하고 운하를 파서 관광사업으로 지역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운하추진 찬성측의 이야기를 듣고 착잡했다.

  결국 운하 건설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토목건축 세력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운하가 건설되면 당장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주민들에게 무엇인가 이익이 돌아갈 것처럼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국민들을 철저히 기만하는 일이다.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선언했다.
친환경적인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운하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한반도운하도 그 이름을 “물길열기” 또는 “물길잇기”라는 형식으로 친환경적인 느낌이 나는 쪽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름이 바뀐다고 운하의 대규모 토목사업으로서의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정부가 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원한다면 수십조가 될 지도 모르는 예산을 들여 국토를 파헤쳐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고, 2,000만 시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운하사업의 완전한 중단을 선언하고 그 예산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투입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 되야 한다.


2008.09.04   

우 원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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