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 환경의날"을 맞이하며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사람들의 옷차림이 절기에 비해 조금 이르다 싶게 가벼워진 듯하다. 한 낮에는 여름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더위가 한창이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 겨울을 지나 찾아온 봄은 벌써 그 화사함의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2007년은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보다는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으로 시작되었다. 연초부터 들려온 기후변화로 인한 세기말 환경대재앙에 대한 충격적인 전망들은 새 봄의 여유를 빼앗아가 버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현재와 같은 추세의 화석연료에 의존한 대량소비 사회가 지속된다면, 금세기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대 6.4℃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해수면은 최대 59㎝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균기온이 3℃만 상승해도 지구상의 생물종 대부분이 멸종하고 인류의 20%가 홍수 피해를 입는다는데, 그 두 배가 넘는 온도 상승이 불러올 재앙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미 지금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왈가왈부 논쟁할 때를 지나, 지구적 재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시기가 된 것이다.

환경과 개발의 논쟁에서 배운다.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시작된 올 해의 환경의 날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환경의 날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상황들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들을 따라가 보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환경오염과 지구의 위기에 대한 논의들이 모아져, 1972년 국제연합(UN)은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최초의 환경회의인 UN 인간환경회의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하게 된다. 그 회의에서 지구와 인간을 지키기 위한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회의가 시작된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한 것이 지금의 환경의 날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인간환경회의 이후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국제연합 산하에 유엔환경계획(UNEP)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환경보전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성격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몇 몇 선진국뿐이었다. 개도국에게 환경문제는 배부른 소리였을 따름이다.
  그래서 1983년에 생활의 터전인 지구를 보전하면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적절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환경과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WCED)'를 만들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제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위원회 내부에서 환경과 개발, 경제발전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거쳐 작성된 것이 1987년에 나온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브룬트란트 보고서이다. 요즈음 우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이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환경보전의 필요성과 개발에 대한 욕구간의 치열한 갈등과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결코 양립할 수 없어보였던 환경과 개발의 조화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공통의, 하지만 차별있는 책임’을 가지고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행동을 결의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리우선언과 별도로 기후변화협약, 생물종다양성보존협약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과 개발은 현실 속에서 대부분 갈등이라는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다. 갈등하되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고민할 때만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이 튀어나온다.

위기의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이번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당면한 제일의 과제인 기후변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환경의 날 슬로건으로 ‘Melting ice - A hot topic? (녹아내리는 빙하-위기의 지구)’를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총배출량 세계 10위,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104.3%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어할만한 정책적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출량 증가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대책에 특별한 감축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평가조차 진행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감축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은 2012년까지일 뿐이다. 배출량 규모에 있어서나 증가속도를 볼 때 의무를 회피하기에는 너무 민망하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의무감축을 피해보려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와 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5년 이산화탄소 20%를 감축하게 될 경우, GDP의 0.62%(약 5.3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아무런 노력없이 이런 큰 충격을 받는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2013년 의무감축 국가 편입을 대비하여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기후변화대응 로드맵을 만들기로 한 환경부의 결정은 고무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술 투자,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수요관리, 저탄소 산업구조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투자처를 만드는 일일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 높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는 환경도 보전하고 경제도 살리는 방향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으로 약 1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브라질의 경우도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에탄올프로그램을 통하여 7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농업소득을 증대시켜 지역경제도 되살려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발시대의 대규모 토목건축사업을 통한 일시적인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기후변화시대에 걸맞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상상력이다.
  환경과 경제는 결코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의 위기가 우리 경제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지, 새로운 기회가 될 지는 우리의 의지와 상상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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