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도 과거사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서면질의서 전문]

노동부 장관을 비롯하여 선진노사 관계 정립과 고용정책 수립에 여념이 없는 노동부 전 직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본 의원은 국회법 제122조 제1항에 의하여 노동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질의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장관님도 아시다시피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올바른 과거에 대한 인식이 곧 밝은 미래를 향해 나가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식민지 강점, 동족상잔의 비극, 권위적인 군사정권 등을 겪은 우리 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감춰지고 왜곡된 많은 과거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는 더 이상 불행했던 과거를 덮어 놓고서는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갈 수 없다는 인식아래 지난 4월 “진실·미래를향한과거청산통합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물론 이 특별법 통과 이전에 이미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인권을 탄압하고 진실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관 스스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장관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동부가 과거 70, 80년대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안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도 노동행정을 바라보는 근로자의 시각은, 80년대 공안기관이었던 노동부라는 시각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행했던 과거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맹백한 과거사가 노동부에게는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의원은 노동자가 이런 시각을 갖게 된 데는 스스로 반성하지 않았던 노동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체적이든 아니면 다른 공안기관의 지시에 의한 수동적이든 노동부가 관여했다고 많은 국민이 믿고 있는 사건들, 예를 들어 민주노동조합 파괴 공작, 해고자의 재취업을 막았던 블랙리스트 작성과 배포에 대해 노동부가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동부는 과연 이런 사건에 반성할 내용이 없다고 보는 것인지, 혹시라도 그런 사건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0, 80년대를 살았던 국민 대다수는 민주노조 파괴공작, 80년 5.17 이후의 대량해고와 노동자 구속, 해고자 재취업을 막았던 블랙리스트, 구사대를 동원한 민주노조 운동 탄압, 노동운동에 대한 용공 좌경 매도, 신공안정국 조성 그리고 최근의 불법파업 유도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에서도 노동부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노동부 스스로 이 같은 사건에 반성할 것이 전혀 없다면 그 역시 스스로 진실 규명하여 노동부의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추진하는 과거사 진상규명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부의 과거사 진상 역시 결코 처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노동자의 신뢰를 회복하여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 고용창출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부는 금년 하반기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노동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반성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반성해야 하고 그런 잘못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을 규명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합니다. 본 의원은 바로 지금이 장관님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노동부장관에게 묻습니다.

1. 노동부는 70년대와 80년대, 노동청 혹은 노동부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공안기관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민주노조 파괴공작, 80년 5.17 이후의 대량해고와 노동자 구속, 해고자 재취업을 막았던 블랙리스트, 구사대를 동원한 민주노조 운동 탄압, 노동운동에 대한 용공 좌경 매도, 신공안정국 조성 그리고 최근의 불법파업 유도 사건에 이르기까지 노동부가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의심되는 행위에 대하여 노동부는 진상규명을 할 용의가 있습니까?

3. 노동부가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한다면 경찰청이나 국정원 그리고 국방부 등에서 했던 것처럼 외부 인사를 포함한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노동부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4. 노동부가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겠다면 최소한 다음의 사건들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노동부의 견해를 밝혀주기 바랍니다.
이상 질의에 대하여 노동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답변을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 다 음 -

1. 1970년대 전반에 걸쳐 열악한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한 ‘의도적인 감독 기피’ 그리고 70년대 전반에 걸쳐 진행된 합법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직·간접적인 탄압 과정에서 당시 노동청의 역할

- 1970년대 전태일 분신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70년대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근로자는 그 성과 배분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열악한 근로조건과 저임금의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근로조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노동청에서는 그 임무를 제대로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당시 정치·사회적 조건에서 오는 한계는 있겠지만, 노동청이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에 대한 사실 규명은 노동부의 과거사 진상규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2.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진행된 합법적인 노동조합 건설에 대한 탄압과 민주노동조합 파괴 공작에서 당시 노동청의 역할

-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권위주의 정권은 동일방직, YH, 콘드롤데이타, 원풍모방 등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와 운영의 민주성이 보장된 민주노동조합을 파괴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공안기관과 노동청이 어떤 협조 관계를 가졌으며, 노동청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다른 공안기관과 노동청의 협조 관계와 그 내용, 노동청의 역할과 지휘·보고 체계가 규명되어야 합니다. 특히 신군부 등장 이후 공안기관과 노동청의 협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시기는 이후 관계기관대책회의에 노동부가 주요 참석 대상이 된 시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의 노동청의 역할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3. 1980년 5.17 이후 민주노동조합 활동의 대량 해고와 노동자 순화교육 실시 등 이 시기 노동탄압 과정에서 당시 노동청의 역할

- 5.17 이후 언론인이나 대학교수 등 지식인의 해고와 구속은 자세히 밝혀지고 있으나, 노동자의 해고, 구속, 순화교육 실시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5.17 이후 노동자의 해고, 구속, 순화교육 실시 과정에서 노동청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지휘·보고 체계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4. 1980년대 산업현장에 배포되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했던 소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배포 과정에서 노동부가 했던 역할

- 블랙리스트 사건은 노동부가 왜 공안기관으로 근로자에게 인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근로자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취업을 막는데 기여했다면 그 사실은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 1980년 5.17 이후 해고자 1천여 명의 명단을 작성하여 사업주에게 배포된 소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노동청의 역할. 과연 블랙리스트는 누가 작성했으며, 누가 배포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부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다른 공안기관과는 어떤 협조 관계를 유지했는가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 1983년 12월 이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노동현장에서는 블랙리스트 철폐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공권력은 이 운동을 탄압했습니다. 이 운동을 탄압하는데 노동부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 지휘·보고 체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블랙리스트 작성, 배포 철폐운동 탄압과 노동부의 역할을 규명해야 합니다.

5. 1980년대 군사정권이 노동운동을 좌경 용공으로 매도하는 과정에서 노동부의 역할
- 1982년 초 당시 군사정권은 도시산업선교회 등 종교기관의 노동현장 지원 활동을 용공좌경으로 매도했습니다. 특히 ‘도산(도시산업선교회)=도산(기업 도산)’을 강조하면서 종교단체 등 외부의 지원이 근로자의 계급의식을 고취시켜 기업을 도산시킨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규명해야 합니다. 그 당시 군사정권의 나발 역할을 문공부나 언론만의 몫이 아니라 노동부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실을 규명해야 합니다.

6. 1980년대 전반에 걸쳐 합법적인 민주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공권력과 구사대를 동원하여 민주노조 운동을 탄압했던 당시 상황에서 노동부가 했던 역할

- 80년대 중반부터는 노동현장에서 노조설립이나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됐으나, 노동운동을 좌경으로 몰아 공권력을 동원하여 탄압하고 사측에서 동원한 구사대의 폭력을 방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상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 현대중공업의 경우 식칼테러까지 등장했는데, 노동부는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도적인 방관이나 조장을 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80년대 후반부터 사측에서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으로 마차 노·노 싸움이 민주노조 운동의 본질처럼 상황을 호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부의 역할을 조사해야 합니다.

7. 1989년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을 통해 이루어진 신공안정국 조성 과정에서 노동부가 담당했던 역할

- 1988년 12월28일 대통령이 발표한 ‘민생치안에 관한 특별담화’에 이어 신공안정국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1989년 1월 풍산금속에 공권력이 투입됐으며, 2월에는 범정부차원의 ‘노사·학원관계장관대책회의’가 열렸는데 노동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뒤 1989년 3월에 공안합동수사본부(이하 공안합수부) 설치, 4월4일 ‘공안·노동관계부처차관회의’, 4월6일 대통령주재 ‘민주주의체제 전복세력에 대한 관계부처대책회의’, 4월13일 공안합수부의 ‘노사분규대책’, 4월15일 총리주재 ‘노동대책관계장관회의’ 등 소위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연속으로 있었는데, 이 시점부터 소위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노동부가 본격적으로 참석하시 시작하였고, 그 결과 노동부 자체는 명실상부한 공안기관이 되었습니다.

- 그 같은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주요 참석 주체였던 노동부의 역할과 노동부가 수행한 업무, 그 지휘·보고 체계에 대해 진상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8. 1990년대 전노협 결성을 전후로 하여 노동부가 ‘업무지침’이나 ‘질의회시’ 등 자의적인 법적용으로 노동운동 탄압에 개입한 진상 규명

- 1990년까지 전혀 실행하지 않았던 업무조사권이 전노협 결성을 즈음하여 노동부가 ‘청와대 대책회의’에 제출한 대책에서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노동부는 ‘불법단체인 전노협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업무조사를 실시한다.’, ‘전노협, 지노협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공문을 하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1990년 1월에 교육자료 형태로 배포되었던 ‘노동3권의 행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1990.1.20, 1991), ‘노동조합업무지침’(1988.2, 1990.2 및 1990.9.27) 등을 통해 자의적인 법해석과 적용으로 결과적으로 사측의 이해를 반영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대폭 위축시켰습니다. 이에 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 ‘단체협약 변경명령과 노동조합규약 변경명령 조항의 악용’, 조합규약에 규정한 ‘타결안 인준조항’이 불법 부당하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에 관한 지침’,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노동자의 조합원 인정 여부’와 같은 지침은 자의적이고 일관성 없는 법해석으로 노조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노동자에 대해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1988년 2월 지침이, 1989년 11월에는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가 “노조설립 구성원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 조항은) 노조조직자체를 보호하려는 규정”이므로 해고조치로서 인정되고, “조합원으로서의 신분도 상실”된다고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 이렇게 노동부의 자의적이고 일관성 없는 지침은 결과적으로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되었는데, 왜 그런 자의적이고 일관되지 못한 지침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그 업무의 지휘·보고 체계를 밝히고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9. 1998년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에서 검찰이외에 노동부가 담당했던 역할

- 특별검사 조사까지 이루어진 당시 이 사건은 검찰의 역할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노동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내용이 없습니다. 과연 이 사건에서 주무 부처라 할 수 있는 노동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지 이제라도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노동부가 공안기관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발생한 사건을 정리하여 함께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부 장관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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