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을 오르다

난생 처음 암벽을 올랐습니다.

그동안 지역 활동을 하면서 몇차례 만나 얼굴이 익었던 함문식 선생과의 인연이 저를 암벽에 오르게 했습니다.

멋진 수염을 기르고 있어 참 좋은 인상을 갖은 분이라고 생각했던 함선생님은 우연히 인사동 '여자만' 이라는 음식점에서 만났습니다.

'여자만'은 저의 가까운 선배인 유시춘씨와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함께 운영하는 토속 전라도 음식점인데 개업식날 들렀다가 함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죠

동네분을 멀리 시내의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반갑지만 특히나  끼리들이 만나는 식당에서 만난 것도 더욱 반가운 일 이었습니다.

그 함선생이 소개한 분이 박기성 선생님이신데 이 시당의 주인인 이미례감독의 남편이라는 것도 매우 반가운 일 이었죠

그런데 두분은 모두 등산, 그것도 암벽 오르기의 달인들이었습니다.

함문식 선생은 30년 정도의 암벽 경험과 우리나라에서가장 어렵다는 무슨 무슨 (한번들어 기억을 못함) 빙벽의 최초등반으로 이름을 얻었고 제가 어제 오른 한성대 암장을 개척하신 분이죠.

또 박기성 선생은 히말라야등 8000미터급의 정상 5개를 오른 베테랑 산악인입니다.

이 두분이 저에게 암벽 등반을 권하는데 제가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마침 함선생이 개척한 한성대 암장이 제가 일요일마다 일요산행으로 다니고 있는 불암산 학도암에 있어 가기도 쉬워 더럭 약속을 했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19일!

내가 이 나이에 암벽을 탈 수 있을까?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또 공연히 시작 한다고, 위험한 일 왜 하냐고 아내로부터 잔뜩 핀잔을 듣고 학도암으로 향했지요

두분 선생과 조교 , 그리고 초보인 교육생으로 딸 친구의 어머니인 오인숙씨와 또 한분 과 함께 학도암에 모여

약 10분을 걸어 한성대 암장에 올랐습니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니어서 밑에서 올려다 본  한성대 암장은 아름다운 암벽이기도 했지만 내가  등반하기에는 기가 꽉 막히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벽 이었습니다.

오늘 목표가 30m 암벽 하강이라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비겁하게 도망갈수도 없고...결국 함선생의 지도에 따라  하강기조작, 8자매듭, 자일통과방법등을 배우고 작은 코스에서 하강연습을 마치니 웬만큼 자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내가 싸간 고구마에, 김밥, 그리고 함선생이 준비해온 어묵국을 따끈하게 뎁혀 먹고나니 더욱 뱃심도 붙는 듯...

암장의 갈라진 바위틈을 비집고 기어올라간 30m암벽위에서 내려다본 노원의 모습은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정말 한편의 멋진 서양화를 연상케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속으론 몹시 오금이 저렸지만 헛기침 몇번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장성세를 부리며 큰 소리로 "하강준비 완료!"를 외쳤습니다. 그러자 저만큼 아래에서 받줄을 잡고 계시던 박기성 선생이 "하강"이라고 하강을 허락함을 알려왔습니다.

'부들 부들, 후들 후들, 비칠 비칠'

흔들리는 다리와 마음을 모질게 붙잡고 한발 한발, 아래로 아래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어! 근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브레이크로 사용하는 오른손의 받줄만 잡으면 완전 안전...

어느새 암벽위에 매달린 저의 모습은 유유자적,
파아란 하늘, 저멀리 보이는 알룩 달룩 노원 아파트의 모습,
짙어지는 가을, 짙어지는 불암산의 단풍과 어우러진 암벽위에 매달린 나,

우원식의 모습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아..........
드디어
내가 암벽을 오르다니......
감동, 감격.....

결국 도전이 있어야 성취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경험 한번 해 보시죠.
친절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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