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1006] 야 "살균제 규명 90일은 너무 짧아" 여 "환노위서 다루면 돼"

[한겨레] 피해가족들 여야 찾아 연장 호소
“특위 한달만 연장해달라”
더민주 간담회장 울음바다

정진석 “무한책임…” 실낱 여운
우상호 “정진석 설득해보겠다”

“내일이 아빠 돌아가신 지 1년 되는 날이에요. 1년 만에 아빠 모시고 나왔어요.”

6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버지를 잃은 김미란(41)씨는 아버지 영정을 든 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저희 아빠가 마스크를 너무 많이 써서 얼굴이 다 패였어요. 돌아가실 때에야 마스크를 떼고 돌아가셨어요. 이정현 대표님 단식하신 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희 아빠는) 아무것도 못 드시고 가시고 마지막에 물 한모금만 달라고 그러셨어요.” 김씨의 호소에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쳤다. 간담회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6년 전 이유를 알 수 없는 폐질환을 앓게 된 아버지가 긴 투병 끝에 숨진 뒤, 김씨는 자주 눈물을 흘렸다. 정치권이 김씨의 눈물을 닦아줄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 7월 여야 합의로 출범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우원식)가 제대로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면 김씨는 가슴 속 슬픔을 덜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994년부터 20여년간 누적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모두 매듭짓기엔 90일의 특위 활동기간은 너무 짧았다. “활동기간을 한 달만 연장해달라”고 가족들과 야당 특위 위원들이 여당에 촉구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특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우원식 위원장을 비롯한 야3당 특위 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90일간의 국정조사를 통해 특위는 관련 기업들의 은폐·조작 시도와 정부의 무능·안일함을 입증하는 등 진상 규명에 성과를 냈지만 90일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가습기특위 재구성을 위한 협의에 나서줄 것을 여야 지도부에 간곡히 촉구한다”고 재차 밝혔다. 우 위원장은 “피해 발생 5년 만에 국회 특위가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의 사과도 받아냈고 가해 기업들도 한 자리에 모아 한 차례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그 진상 규명의 주체가 본사의 사과를 받은 지 열흘 만에 사라졌으니 옥시는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은 관련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위원회를 꾸려 추가 대책을 논의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위에는 입법권도, 예산권도 없고 본질적으로 (후속 절차는) 환노위에서 다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위는 끝났지만 환노위에서 입법과 예산을 다루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이미 19대 국회 당시 환노위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다루려 했지만 공전만 거듭했으니, 힘을 가진 특위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 Modified by Wonw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