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을 다시 생각해 본다.



비정규직 법을 다시 생각해 본다.

• 비정규직 법이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2년 기간제한 조항 때문에 100만 명의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법의 적용을 경제회복 때까지 유예할 것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야당, 노동계와 정면충돌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법을 만드는데 맨 앞장에 있었고, 17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또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을 비롯한 강경한 노동운동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 속에서 평소 존경하는 선배 동지라고 생각해오던 단병호, 이영순 전 의원 등의 저지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의 비정규직법 제안 설명을 했던 나로써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법은 참으로 오랜 기간, 온 사회의 토론과 갈등과 대립의 중심이었다.

지난 98년 밀어닥친 외환위기 때 발생된 대량실업 속에서 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비정규직이었다.

아무 때나 해고될 수 있고 월급도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의 양산을 규제할 아무런 장치도 마련되어있지 못했기 때문에 매년 수십만 명씩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미 비정규직이 300만 명에 육박했던 2001년 7월에 그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노사정위가 비정규직 대책특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갔으며 노사정위는 2003년 7월에 논의를 종료하고 정부에 결과를 보낸다.

노동부는 이 결과를 받고 자체논의를 거쳐 2004년 11월 8일 정부입법의 형식으로 비정규직 3법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는 절차에 따라 12월 7일 환경노동위원회의 입법공청회를 개최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원장이었던 이목희 의원을 중심으로 2005년 4월부터 6월까지 국회차원의 노사정 실무대화를 총 15차례에 걸쳐 개최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지난한 논의과정을 거쳐 갔으나 몇 가지 사유 이외에는 모두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소위 ‘기간제 사유제한’의 관철을 목표로 한 민주노동당과의 갈등과 대립 속에 이목희 법안심소위원장이 소위원장 직을 사퇴하고 내가 소위원장 직을 바통 받게 되었다.

• 한국노총의 수정안

그 이후 2005년 11월에는 열린우리당 주선으로 노사의 자율대화가 총 11차례 개최되었으나 역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11월 30일 한국노총이 수정안을 발표했는데 수정안의 내용은 기간제의 제한방식을 기간제한으로 정하고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으로 하자는 것과, 파견제도에서 불법파견 적발 시에는 즉시 의무고용으로 정하자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의 이 수정안은 기간제의 제한방식과 불법파견노동자의 고용문제를 두고 노 ‧ 사 양측 간의 극심하게 대립해온 그간의 논의를 중재하고 절충할 수 있는 안이었으며 노사 양측 모두의 양보가 필요한 합리적 안이었다.

사용사유제한과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를 주장해온 민주노총이 이 제안에 즉각 반대하고 이용득 위원장의 기자회견장은 자칫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될 뻔하기도 했다.

이 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조가 깨어지게 된다,

이 수정안은 훗날 제정된 비정규직 법의 골격이 되었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내가 위원장을 맡고 있던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12월 1일부터 그 이듬해 2006년 2월 17일까지 무려 9차례의 회의를 거듭했으며 그 중 2차례는 격론을 벌이느라 차수를 변경하기도 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관련 3법에서 30여개의 쟁점을 모두 합의 또는 표결로 무난히 처리하고 핵심쟁점만 남겨두게 되었다.

• 사전사유제한과 불법파견시 고용의제

물론 핵심쟁점은 기간제의 무분별한 양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2년의 기간제한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사유제한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와 파견제에서는 불법파견 적발 시 고용의제를 적용할 것인가 즉각 고용의무를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남게 되었다.

2006년 2월 들어 핵심쟁점으로 논의의 불이 점화되자 환경노동위 법안소위는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면 정규직화’ ‘ 사유제한 쟁취’라는 구호와 함께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였다.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우리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요구였던 사유제한제도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550만명의 노동자 중에 85%가 100인 이하의 중 ‧ 소기업에 종사하고 있고 (300인 이상의 기업이 8%, 100인~300인 기업이 7%) 이들 기업 역시 이러한 조건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한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가는 많은 중 ‧ 소기업에서 지금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비정규직의 전면 정규직화는 대량도산, 대량실업으로 귀착될 것이 너무도 명확해 보였다. 그래서 사유제한을 부동의 원칙으로 세운 민주노동당과의 협상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 마지막 제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국민의 힘으로 세운 민주정부 아래에서, 과거 군사정권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나라당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리와 민주노동당이 다투는 모습을 정말로 연출하기 싫었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고,

또한 노선의 차이는 있지만 개혁세력이라는 우리가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양보하고 합의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믿음직한 개혁세력의 모습을 만들어야 할 때 이렇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동료의원들과 논의를 거쳐 2월 16일 다시 환경노동위 법안소회의실에 점거 농성 중이던 민노당의 단병호의원에게 제안을 하게 되었다.

"단 선배,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는 우리가 받을 테니 기간제 사유제한은 양보해 주세요“

이 제안에 단병호 의원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합의 통과를 위해 한발씩 양보하자는 내 제안에 단 의원은 ‘상당한 진전이다. 그러나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하루 시간을 갖고 당에서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사실 나도 당 지도부와 상의가 된 것이 아니어서 어차피 상의할 시간이 필요했다.

민노당은 점거농성을 풀고 돌아갔고 나도 당 지도부와 상의를 시작했다.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모두 나의 뜻에 동의해주었다.

합의통과의 희망과 가능성이 열리고 있었다.

민노당이 동의만 해준다면....

나는 사유제한제도에 가장 강경한 주장을 해오던 단병호의원이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민주개혁세력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민생현안에 대해 합의를 한다는 것은 그 간의 개혁진영내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므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큰 기대가 있었다.

• 거부 그리고....

마침내 2월 17일, 정한 시간에 맞춰 찾아간 회의실은 이미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점거농성중이었다.

거부였다.

내 제안은 한국노총의 수정안보다 더 진전된 안이었기 때문에 (수정안은 불법파견시 즉시 고용의무 / 제안은 고용의제) 기대를 갖고 있던 나로서는 절망에 가까운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소회의장은 민노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농성과 구호 소리로 가득 찼고, 환노위 주변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지도부들과의 웅성거림과 기자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가히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국회 밖에도 많은 민주노총 회원들의 농성과 구호로 가득차가고 있었다.

87년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비정규직,

91년 그 심각성을 깨닫고 노사정에서 논의를 시작한지 5년이 지난 상황!

다시 비정규직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일보전진이 아니라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막나가는 갈등과 대립만이 남게 되었다.

• 어찌 할 것인가?

해야 할 것인가 포기해야할 것인가!

이미 이때는 노동부의 공식통계의 비정규직이 550만에 달하고 임시, 일용직 노동자까지 합치면 약 850만에서 900만에 달하는 시기였다.

게다가 아무런 통제장치도 없었기에 매년 3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늘고 있었다.

포기하면 5년간의 지난한 사회적 토론은 수포로 돌아가 결국 차별시정절차와 2년 기한제한이라는 최소한의 비정규직에 대한 통제장치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따라 취약계층인 비정규직노동자의 대규모적 양산을 그대로 방치해 놓는 것이었다.

입법을 강행하게 되면 민주개혁세력의 분열과 대립이 불을 보듯 뻔하고 나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한술 더 떠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협상결렬을 바라본 한나라당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키려면 재계가 요구하는 불법파견 시 고용의무를 즉시가 아니라 2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요구를 들고 나왔다.

민주노동당과 합의만 이루어졌으면 불법파견시 고용의제를 적용하려던 조항이 원래 안이었던 즉시 고용의무도 아니고 고용의무를 2년간 유예하자니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었다.

• 단병호 의원을 제압하고 통과

그러나 60점 짜리라도 법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의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자신의 요구만 수용하면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전체회의에 직권 상정하겠다고 했고 우리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에 동의를 했다.

온몸으로 저항하는 단병호 의원을 경위들이 감싸 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켰다. 그날이 2006년 2월 27일 저녁이었다.

한때 노동운동에 몸담기도 했고 먼발치에서 민주노총의 결성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켜봐왔던 나로써, 노동운동의 중심으로서 불끈 주먹을 쥐고 노동현장을 누비던 존경하는 그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경위들의 힘으로 제압하고 비정규직법의 제안 설명 그 순간, 그 참담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은 본회의장에서 비정규직법이 최종통과되던 2006년 11월 30일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말았다.

잘못한 것일까?

그건 그렇지 않다.

그때 그렇게라도 비정규직 3법을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노동자의 처지는 더 곤궁해져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의 차별시정절차도,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어 유예하려는 기간제한 조항도 없었을 것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때 만들어 놓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가슴을 쓸어본다.

여기서 몇 마디 해야겠다.

• 한나라당은 법개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은 이 법의 개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했지만 지금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은 한나라당의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환노위 전체회의에 직권상정까지 하면서 통과시켰던 법이다. 당시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재계의 요구를 받아 마지막에 불법파견시 고용의무 2년 유예 조항을 요구했고 그 요구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비정규직 관련 3법인 것이다. 물론 본회의장에서도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들이 찬성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본인들이 만들어 놓고 시행도 해보지 않고 유예한다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할 일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 법 강행시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즉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둘째로는 한나라당이 힘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끝내 관철하며 든다면 지난 대선과정에 정책연합으로 한나라당에 진출한 한국노총출신의 국회의원들은 즉각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다.

지난 17대 국회 4년간, 특히 비정규직법, 노사선진화로드맵을 만들면서 열린우리당과 한국노총의 공조는 크게 빛나는 것이었다.

어려운 쟁점에 부딪힐 때마다 한국노총 지도부과 상의하였고 한국노총의 합리적 요구는 우리가 전면적으로 수용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제출된 법안 중에 거의 쟁점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한국노총과 협력 하에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과정에 이명박 정부와 정책협약을 맺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였다.

나는 도저히 그런 판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한노위를 4년 동안 하면서 한나라당이 자본의 이해를 어떻게 관철해 왔는지를 눈으로 직접 바라본 나로서는 이러한 것들을 함께 보고, 술자리에서 함께 토론하던 그 한국노총의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그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 4년간 함께 해온 우리를 어떻게 저버릴 수 있는지!

깊고도 깊은 배신감에 며칠을 앓기도 했다.

선거가 끝난 한참 후 그 지도부의 일원으로부터 해명을 들었다.

어차피 이명박 후보가 대세이기 때문에 17대 국회에서 만든 노동법들,

특히 비정규직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내가 들은 여러 해명 중에 딱 하나 이해할 수 있는 해명이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우리가 만든 비정규직법을 해친다면 정책연대도, 정책연대를 통해 국회에 진출한 한국노총 출신의 국회의원도 다 무효 아닌가!

당연히 그러한 상황이 오면 정책연대도 깨지는 것이고 그들은 즉각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다.

• 비정규직법개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모으자

셋째, 우리가 만든 비정규직법이 악법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어찌하건 관심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태도는 정말 관념의 유희, 무책임의 늪, 슬로건의 정치에서 빠져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사유제한법만 만들면 현실에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 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그러한 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9년간 논의도 하고 갈등도 해왔지만 비정규직의 처지와 조건을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려 하지 않고 전면 정규직화만 주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하는가?

현실가능하지 않은 것을 잘 알면서 비판받지 않기 위해 슬로건과 깃발만 들고 있는 것이 얼마나 비겁한 일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악법 철폐하라’는 슬로건은 이제 내려놓고 비정규직 양산을 위해 비정규직법을 유예 또는 개정하려는 총 자본인 한나라당과 맞서 우리의 비정규집법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럼 지금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법 자체를 수정할 부분도 있고 수반되는 제도를 고쳐야 할 부분도 있다.

• 파견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비정규직법 중 파견법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가 마지막에 법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 이경재위원장에게 양보한 부분이다.

정상적으로 파견된 노동자도 2년 이상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불법파견이라는 불법이 적발되어도 2년 간 그 고용의무를 유예하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불법을 하면 불법한 기업주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을 부여했으니 이 법에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 생각은 빠른 시일 내에 고치되 불법을 근절하려면 불법 확인 즉시 그 회사의 노동자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 무분별한 외주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

두 번째로는 외주에 대한 통제장치를 미련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기간제한 등의 통제장치가 생기자 이를 피해가며 고용의 유연성과 저임금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고용형태가 외주이다.

외주는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의 직원이므로 이들의 고용문제에 대해 본 기업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비정규직법 개정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있지만 무분별한 외주에 의한 취약한 노동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규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비정규직법 후속대책으로 그 공공기관에 대해서 설립목적에 해당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외주를 주지 않도록 유도한바 있다.

즉,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의 지역 내 청소업무는 그 자치단체의 고유업무이기 때문에 외주를 주지 않도록 권유를 한바 있다.

이러한 관점을 잘 고려하여 공공기업에서부터 일반기업에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잘 검토해봐야 한다.

기업 역시 자기 기업의 설립목적에 해당하는 업무까지 외주를 주는 것이 효율적인가 생각해 보아야한다.

제도로서 규제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외주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 차별시정신청을 노동조합도 대행할 수 있도록.

세 번째로는 우리가 만든 비정규직법의 핵심 중의 하나인 차별시정절차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 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는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당사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하면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여부를 판단한다. 이 신청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차별이라고 판단하면 신청인의 회사에 시정을 명령하는데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는

1억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비정규직법 논의과정에서 단병호 의원이 비정규직 차별시정법만 만들자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절차와 무거운 과태료 등 비교적 차별시정을 위해 잘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차별시정신청을 당사자에 제한한 것이 이 법의 미흡한 점이다.

왜냐하면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회사를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배짱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테니 말이다. 물론 회사 퇴사 후 일정기간 신청이 가능하고, 판례가 축적되어가면 좀 쉬워지겠지만 초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신청주체에 노동조합도 포함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노동법원 제도를 만들어야할 때

또한 심판절차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의 심판절차는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신청이 들어오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두 번의 심판을 하고 이에 당사자가 불복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3심을 거치게 된다. 총 5번의 심판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차별의 문제는 매우 다양한 양태를 띄기 때문에 이를 심판하는 일에는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렇게 복잡한 심판절차로 인해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노동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법원재판관들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래서 이제는 독일과 같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절차를 다 묶어 노동법원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가 되었다. 노동법원 제도는 꼭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일반 노동분쟁의 신속하고 공정한 심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현재의 비정규직법이 보다 현실에서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 한나라당의 당론은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을 경제활성화시기까지 유예하자고 하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자신들도 참여했던 지난한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이며, 비정규직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조차 해체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되면 그나마 감소추세로 들어간 비정규직이 얼마까지 양산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1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근로자들이 대량해고 되기 때문에 법 시행을 미루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인데 이미 밝혀졌듯이 이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숫자이다. 또한 2년 고용의무조항 때문에 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상당히 발생할 것이고, 또한 그것은 매우 큰 아픔이지만 그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총고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대량실업이 걱정이 된다면 우리의 주장대로 정규직 전환 지원금 예산부터 대폭 늘려 많은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1년에 1조 5천억 원이면 약 3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재원이고 이 재원은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진행되고 있는 대운하사업 22.2조억에 비하면 약 1/15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 지금의 비정규직 법은 점진적으로 해결하자는 것.

지금의 비정규직에게는 2가지의 고통이 있다. 그 하나는 고용의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과 차별의 고통이다.

우리가 만든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이 두 가지의 고통을 점진적으로 해결해가자는 것이다. 즉 차별시정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며 판례가 만들어져 가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비롯한 처우에서의 차별이 해소되어 갈 것이다.

차츰 차별이 해소되어 임금이 비슷해져 가면 2년간 숙련된 노동자를 그래도 쓸 것인지 아니면 해고하고 미숙련 노동자를 다시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업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보더라도 어차피 임금이 비슷해지면 숙련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쓰는 것이 더 이익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은 차츰 줄어갈 것이다.

법제정과 후속대책 등의 노력이 있어 차츰 정규직이 많아지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비정규직법의 무력화를 바라는 기업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 같은 현장의 분위기는 비정규직들의 눈물을 더욱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들, 중산층 ‧ 서민 ‧ 노동자 ‧ 농민들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유예기도를 중단하고 정상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하며 앞에서 제시한 비정규직법의 보완을 즉시 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2009. 6. 22(월)

비정규직법안 제안 설명자

17대 국회의원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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