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정규직 법안 심사의 결과를 내놓을 시간이다.

이제 비정규직 법안 심사의 결과를 내놓을 시간이다.

차별금지와 시정절차는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

비정규직 법안은 실체법이면서 동시에 절차법이다. 차별금지, 차별의 내용, 차별의 시정 절차가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합의를 해 놓은 상태다. 다만 비정규직을 기간 제한 할 것인가 사유제한 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고, 불법파견 적발 후 고용의무를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고용의제를 적용할 것인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사용사유 제한은 임시·일용직이나 계절적 요인 등 몇 가지 사유만 허용하자는 것인데, 한 마디로 한다면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것이다. 현재 370만 기간제 노동자가 있고 이들 대부분은 10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한다. 이들 기업에게 기간제 사용은 불법이니까 더 이상 고용하지 말고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한다면, 과연 몇 개 기업이나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할 것인가?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법이 통과되는 순간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모든 기업은 최소의 정규직만 남기고 모든 비정규직을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해고할 것이다. 남은 정규직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든지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파산하게 될것이고 대부분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게 될 뿐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대량실업 사태가 올것이 분명하다. 지난 IMF 사태 때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충분히 했다.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규직의 60% 정도의 임금으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를 고용하려고, 임금뿐 아니라 기타 근로조건 역시 정규직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또 계약을 1년 단위로 반복하여 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논의된 수준을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은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할 수 없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차별을 하다가 적발되면 최고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계약기간도 2년, 혹은 3년을 초과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싶어도 이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기업은 고용의 유연성 때문에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해도 낮은 임금, 낮은 처우로 고용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게 이번 비정규직 법안의 요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심사에 계속 참여하여 오다가 마지막 쟁점에 도달하자 심사를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법 통과를 가로막는 것은 사유제한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합의조차 무효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왜곡된 사실을 전제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법안 심사는 정부원안의 틀을 기준으로 심의했지만 논의의 결과는 누구나 잘 알 듯이 도저히 정부원안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안이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안이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을 정부 법안 그대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그런가? 정부안은 막을 명분이 있지만 자신들이 논의에 참여한 환경노동위원회안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인가. 민주노동당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로 일부러 그렇게 주장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은 정부안 그대로가 ‘전혀’ 아니다. 한 가지 예만 들어도 차별의 입증책임을 사용자에 부과한 것도 파견업종의 일부허용(포지티브) 방식도 정부안에는 없고 환경노동위원회 안에만 있다.
민주노동당은 솔직해야 한다.

1년 4개월을 거치면서 정부 원안의 부족한 점을 충분히 개선했다. 이제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물리적으로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을 계속하겠지만, 국회법에 따른 절차 역시 대화와 타협 속에 존재한다.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계속 부정한다는 것은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2005. 2. 1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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