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한 이산가족 상봉규정, 바꿔야 한다"

"야박한 이산가족 상봉규정, 바꿔야 한다"

 

제55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13년 9월 9일(월) 오전 9시

□ 장소 :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서울광장)

 

 

 

남북이 상봉장소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지난 5일 이후 이산가족상봉 협의가 끊겼다. 남북 모두 그렇게 한가한가. 아니면 대결이 일상화돼서 무조건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자는 것인가. 남측의 입장대로 외금강 호텔과 금강산 호텔에서 하든지, 아니면 북이 요구한 두 곳을 서둘러 시설점검을 하고 진행해도 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끝으로 어떤 협의나 진전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도대체 남북 모두 로또확률보다 더 어렵게 상봉당사자로 선정된 남북 이산가족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알기나 하나. 저희 어머니는 올해 97세다. 지난 2010년 10월 말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때 60년 동안 생사조차 몰랐던 북에 있는 딸을 만났다. 이때 딸을 만난 최고령 할머니로 언론에 조명을 받은 분이 저의 어머니다. 그때 어머니를 모시고 금강산에서 난생 처음 누님을 만났다. 그때 그 심정 만날 때는 애간장이 끓는 듯한 반가움이 있었고 헤어질 때는 생이별의 참혹함이 있었다. 그래도 그 반가움이란 60년간 어머니의 품은 한을 다 녹일만한 것이었다.

그때 그 어머니의 심정, 그리고 북한에 혈육이 있는 동생의 심정으로 말씀드린다. 이산가족등록자 12만 8,842명 중 생존자는 7만 2,882명이고 이미 5만 5,960명이 세상을 떠났다. 등록생존자 중 90세 이상 생존자는 6,763명이고 80세는 2만 9,484명이다. 이분들을 포함해서 전체 등록자 중 최종 상봉자 100명 속할 확률은 불과 0.14%다. 그런데 25일 본 행사를 채 보름을 겨우 남겨두고 상봉장소 때문에 진도를 못나간다고 하니, 이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빨리 협상을 재개하고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그때 상봉을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남북협상 당국에 몇 가지 부탁한다.

상봉규정에 상봉자수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신청에 응하는 쪽은 5명까지 상봉이 가능해서 그만하면 됐는데, 신청한 쪽은 신청자 한 사람만 상봉할 수 있게 돼서 신청한 쪽의 다른 가족은 상봉장에 갈 수가 없다. 그런 야박한 규정 때문에 94세의 노모는 평생을 기다려 온 두 번째 딸을 상봉장에서 만날 수 없었다. 이분이 저의 작은 누님이다. 큰 누님 곁에 살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상봉장에 나오지 못했다.

이 무슨 야박한 규정인가. 이 야박한 규정 때문에 94세의 노모는 아직도 딸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을 생을 참담하게, 그렇지만 꼭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지내고 계시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지금 만나는 분들부터 그 가족 중에 상봉자 한 사람 말고 다른 가족이 있으면 만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생사확인을 전면화하고 서신교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 필요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상봉한 가족 간이라도 서신교환을 열어 달라. 97세의 어머니의 가장 큰 바람은 만났던 딸의 소식이다. 서로 주소도 알고 한번 만나기까지 했는데 그 이후로 다시 완전 두절이다. 이 문제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애타게 가족을 찾는 12만 8,842명 중의 한 사람의 아들로서 진심으로 호소 드린다. 대립을 위한 대립, 생존에 목맨 대결을 중단하고 이산가족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생각해서 상봉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 달라. 애간장이 끓는다는 말이 있다. 상봉했던 가족들이 헤어질 때가 딱 그렇다.

이런 것들을 잘 고려해서 이 문제를 풀어주시고 현재와 같은 이산가족 상봉으로는 천륜지간인 부모의 자식 간의 상봉은 영원히 불가능하게 된다. 당시 상봉 때도 상봉 100가족 중 부모자식 간 만남은 우리 어머님을 포함해서 단 두 가족뿐이었다. 이산가족 1세대는 거의 끝난 상태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잘 고려해서 상시면회소가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 이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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