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브리핑] "대통령 시정연설, 희망의 근거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 시정연설, 희망의 근거 찾아볼 수 없었다"

 

 

 

제82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 2013년 11월 18일(월) 오후 2시

□ 장소 : 국회 당 대표 회의실

 

 

 

 

 

 

 

 

제가 국회의원생활을 시작한 후 본청 정문 앞을 버스 3대가 가로막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이 버스 3대의 의미는 단순 경호의 문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벽,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꽉 막힌 벽을 의미하는 것 같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막고자 했나. 오늘 시정연설에서 스스로 그 답을 보여줬다.

바로 대통령 자신에 대한 대선 불공정의 책임,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 역사왜곡에 대한 책임 등 총체적인 무능과 실정을 꾸짖는 국민의 질책을 막고자함이었을 것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영원 없이 공허한 34번의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이몽룡이 변학도를 꾸짖으면서 했다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 하는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어려운 국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근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빚내서 집 사는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특단의 부동산대책의 전부였음에도 천정부지 집값, 전세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고, 말 많고 탈 많은 창조경제는 고작 홈페이지 하나 개설해서 국민제안 받는 것에 그치고 있음에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대통령의 말은 허탈감마저 만들어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분야 투자활성화법 등 모두 대기업 특혜 실질적 일자리 창출 효과가 누구를 위한 법인지는 가린 채 무작정 경제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 경제민주화는 이제 다 됐다는 지난 6월 대통령 발언 수준에서 어떤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도 밝히지 않고 넘어갔다. 기초노령연금은 스스로 내건 공약파기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었고,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반대하는 재정학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부정수급을 방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연설은 더 이상 복지는 기대하지 말라는 복지 종료선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15년 국회생활을 감개무량하다는 대통령은 오늘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가는 곳으로 전락시켰다. 반성과 성찰이 없는 권력이 어떻게 됐는지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정권, 민생의 어려움보다는 정권유지에 골몰하는 정권, 이것이 2013년 지금 정권의 본질임을 확인시켜준 시정연설이었다. 더 이상 민생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이상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민생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에서 더는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다짐한다.

을지로위원회에 대한 일부 언론과 새누리당의 비판이 있어서 한 마디 덧붙이겠다. 여당의 일부 의원, 일부 언론의 을지로위원회 딴죽걸기를 환영한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을지로위원회를 애써 무시하면서 일하지도 않을 손가위로 물타기 하려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진일보한 태도이다.

어떤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것은 을지로위원회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새누리당도 을지로위원회가 열심히 일하고 국민이 바라는 민생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더 반가운 말씀이다.

을지로위원회 힘은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정치의 힘은 결국 국민에게 나오고, 국민이 올바른 일을 해봐라 하고 힘을 실어주면 그 힘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정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여야가 힘을 합쳐 국회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하지는 못할망정 고작 법적근거 운운하면서 고깝게 생각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라는 국민에게 항명하자는 것 아니가.

또한 집권여당이 오죽 못났으면, 정부가 얼마나 을의 고통,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만 했으면, 집권당도 아닌 야당, 그것도 어떤 새누리당 의원이 말한 대로 특정 정당의 비상설기구가 나서서 하는 일에 국민이 환호를 하며 힘을 실어주겠는가.

재계 또한 을지로위원회가 과도한 기업 때리기를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율적 기구를 만들 테니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스스로 찾아오는 국민의 요구에 부름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재계가 을지로위원회 활동이 못마땅하다면, 스스로 불공정거래질서 관행을 바로 잡아서 더 이상 을지로위원회를 찾는 국민을 없게 하면 될 일이다.

언론을 통해 볼멘소리로 을지로위원회를 압박해서 면피하려는 태도로는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 민생실패에 반성하지 않고 정부여당이 해바라기처럼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을지로위원회는 가만히 있으라는 집권여당의 몰염치한 태도를 즉각 버리기 바란다.

을지로위원회를 멈추게 할 방법은 집권여당이 경제민주화에 마음이 떠난 대통령을 설득해서 되돌리는 것이며, 제 할 일 못하는 공정위, 권익위, 검찰 등이 갑의 횡포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다그치는 것이며, 재벌 대기업이 탐욕에 물들어 국민을 쥐어짜고, 그 피로 살찌우는 것을 막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을지로위원회는 이런 일들이 완성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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