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코드 인사'가 그립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일년 동안 한나라 당을 비롯하여 조중동은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를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강금실 법무장관, 그리고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노무현 코드 인사의 대표적 인물로 야당과 조중동에게 집중 포화를 받다가 김 행자부 장관은 결국 국회에서 해임결의안이 통과되어 중도에 물러났다. 그리고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은 이창동 장관이 물러났고 강금실 장관도 물러났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한나라당이든 조중동이든 코드 인사라는 비판(비난)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를 기뻐할 일인가.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차라리 한나라 당과 조중동의 코드 인사에 대한 피난이 그립다. 왜냐면 한나라 당과 조중동이 떠드는 코드 인사는 ‘개혁 인사’에 대한 비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강금실 장관에 뒤이은 김승규 신임 법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그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방어 시스템은 필요하다.”

“국가보안법 운용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으나 이러한 ‘안보형사 시스템’ 자체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법권의 안정성과 통일성을 감안할 때 기소권은 하나의 국가기관이 가져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 조사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은) 기소권이 나눠져 있으면 국가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김승규 법무장관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첫째, 우리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방어 시스템은 이미 형법에 다 있다. 형법에 다 있는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방어 시스템을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역사를 보면 이 법이 우리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방어 시스템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을 위협하는 법적 방어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셋째, 김 장관이 잘 알고 있는 국가보안법 운용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바로 그 국가보안법 자체의 시스템이 갖는 필연적 문제다. 운용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와 ‘안보형사 시스템’을 구분하는 김 장관의 논리구조를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 운용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국가보안법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안보형사 시스템은 형법에 이미 다 있다. 김 장관이 말하는 그 시스템이란 것이 적국에서 침투한 간첩을 국가보안법이 없다고 처벌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오해다. 간첩은 형법상의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다. ‘안보 형사 시스템’은 국가보안법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넷째, 고위공직자비리 조사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이 왜 국가 전체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소위 청와대 사직동 팀이 이러저러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라면 사직동 팀과 무엇이 다른지 오히려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검찰 기소 독점주의만이 국가 이익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밝혀낸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기소를 누가 해야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국익 문제인지, 아니면 ‘고위공직자 비리를 적발하고 기소하는 것’ 자체가 더 국익에 관한 것인지, 그것을 김 장관께 묻고 싶다.

장관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던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옳은 것이고, 국가보안법 유지는 옳지 않은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왜 옳은 것인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 말처럼 ‘계급장 떼고’ 논의할 용의도 있다.

어쨌거나 한나라 당과 조중동이 비난했던 코드 인사에 대한 비난, 개혁 인사에 대한 비난을 다시 듣고 싶다.

차라리 코드 인사가 그립다.


200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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