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004년이 우리에게는 15일이나 남았다


아직도 2004년이 우리에게는 15일이나 남았다. 지난 수십여 년 동안 국민에게 자기 검열을 강요하고 이성적 판단을 짓눌러 왔던 국가보안법의 장례식을 치루기에 앞으로 남은 15일은 충분하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그동안 우리 현대사의 수많은 경험적 사례와 열린우리당의 당론 결정에서 확인 되었듯이 내용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가야 할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는 역사적 당위성을 갖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제 논의의 단계를 지났다. 국회의 공간에서 동료의원을 간첩으로 몰고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낡은 색깔론으로 덧칠하고 있는 한나라 당을 보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논의의 부족이 아닌 철학의 문제, 세계관의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 굴절되고 왜곡된 우리 현대사를 압축해주는 내용증명이다. 따라서 이 순간부터 논의를 더 하자는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왜곡과 굴절의 역사를 되풀이 하자는 가증스런 논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당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정한 이후, 순간 순간을 비이성적 논리와 억지만으로 버텨온 한나라 당과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논의를 한다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동료의원을 ‘암약하고 있는 간첩’이라고 말한 순간부터 한나라 당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한나라 당은 스스로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나라 당의 이 선언에 열린우리당 의원은 모두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재확인했다. 어떤 다른 의견도 없었다. 이제야 말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속도를 본격적으로 낼 시점이다. 오히려 한나라 당과 논의를 더 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주장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나 그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이제 남은 것은 논의와 속도가 아니라 결단과 행동이다.

2004년에는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2004년이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2004년 3월, 우리는 의회 다수 세력이 저지른 반이성적 작태를 경험했다. 내용의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의회 다수 세력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리고 2004년 4월, 그들에게 국민은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고 천막 당사로 옮겼던 그들이 사진 촬영 뒤에 운동화를 헌신짝 버리듯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부정한 채, 이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까지 짓밟고 있다. 의안 상정을 가로막고 국회 건물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한나라 당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갖는 내용적 정당성, 역사적 정당성을 부인하다가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까지 부인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4.15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民意)의 완성이 된다. 내용적 정당성도 없이 절차적 정당성조차 불법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한나라 당을 심판하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21세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2004년 안에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한다.

나라의 위기에서 충무공이 열 두 척의 배로 최후의 승리를 행해 나아갔듯이 우리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남은 15일을 포기할 수 없다.


2004년은 아직도 15일이나 남았다.



2004. 12. 16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모임 아침이슬
노영민, 노웅래, 민병두, 선병렬, 우원식, 우윤근, 유기홍, 유승희, 이상민, 이영호, 전병헌, 한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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