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원 이산가족 상봉기 <1부>

이 글은 김례정 여사의 막내아들인 우원식 17, 19대 국회의원이 2010년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해서,

SNS와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부>


2010년 10월 20일

우와! 드디어, 드디어 북에 계시는 누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전 남측과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을 확정하고 서로 교환했는데 그 명단에 저의 어머니가 포함된 것이 바로 지금, 방금 확인되었습니다.

“살아 있대?”

“만날 수 있대?”

북쪽에서 우리 큰누님인 정혜 누님이 우리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적십자사를 통해 듣고 어머니가 처음 하신 말씀입니다. 어린 두 딸과 생이별한 뒤 60년 동안 생사조차 몰라 늘 가슴속에 커다란 응어리를 묻고 살아왔던 어머니의 그 애절함이 울먹이듯 떨리는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 전해졌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큰형님으로부터 처음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술에 취해 다음날 아침까지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냥 기쁜 마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족과 이별한 정혜 누님, 한 번도 뵌 적 없기에 더욱더 뵙고 싶었던 그 누님이 가족을 찾고 있다니……. 생사조차 모르던 상황에서 전해진 누님의 생존 소식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북에 두고 온 딸 소식을 평생 기다리다가 어느덧 94세에 이른 어머니는 이제 기대를 거의 접어 가시던 마당이라 더욱 놀랍고 감격스러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날, 전화를 통해 들려오던 어머니의 목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북에 남은 두 분의 누님 중 큰누님인 정혜 누님이 우리 가족을 찾고 있다는 소식은 2010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적십자사를 통해 지난 10월 8일 저희 가족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남쪽의 가족을 찾는 200명 명단에 정혜 누님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뒤이어 북쪽의 신청자 200명 중 남쪽 가족이 확인된 수가 162 가족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그중 100 가족을 추려 내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선정 기준은 고령자 우선, 부모 자식 간 우선의 원칙이라는 보도가있었기에 어느 모로 보든 우리 가족이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또한 한구석에 있었는데, 바로 오늘 확정된 것입니다.


<출처 : 미국 위키백과, 혼란의 도가니였던 6.25가 얼마나 슬픈 전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6・25의 혼란기,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쟁의 한복판이었던 서울에서 6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챙기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 셋만 곁에 두고 14살인 맏아들부터 위로 셋은 아버지 고향인 황해도 연백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엄마, 싫어! 나 안 갈래!”

엄마, 아버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철없는 11살 정혜, 8살 덕혜에게 사탕을 쥐어 주며 달래서 억지로 보낸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면서,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서 엄마를 찾아 주다니…… 너무 너무 고맙다.”라고 몇 번이고 되뇌시는 어머니…….

워낙 고령이어서 바깥출입을 삼가신 지 거의 5년이 되었기 때문에 금강산까지 가는 일은 어머니에게는 매우 무모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 어느 때의 여행보다 반가운 여행이지만, 걱정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린 딸들을 고향으로 억지로 보낸 미안함, 60년 만에 찾아 준 고마움을 어찌 저버릴 수 있겠느냐시며, ‘가다 죽더라도 간다’고, 목숨을 건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다잡으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어머니와 큰형님을 비롯해 난혜 누나, 천식 형, 그리고 막내인 저까지 다섯 명이 금강산으로 갈 계획입니다.


10월 26일

큰누님을 만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상봉 일정은 이렇습니다.

10월 29일 오후 2시까지 속초의 한화콘도로 모든 상봉 가족들이 모입니다. 이곳에서 건강검진과 상봉행사 안내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이동합니다. 이날부터 2박3일 간의 상봉이 이루어지는데, 실제 상봉은 모두 세 차례라고 합니다. 전체 상봉행사에는 반드시 정장을 하도록 되어 있어 양복을 한 벌 준비하려 합니다.

누님께 드릴 선물을 마련합니다. 30kg 가방 2개까지 가져갈 수 있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둘러싸고 형제들 간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비누, 칫솔, 치약과 같은 생필품 위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런 선물이 혹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경험 있으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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