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원 이산가족 상봉기 <3부>

 이 글은 17, 19대 국회의원 우원식 의원의 이산가족 상봉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저서 '어머니의 강'에도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3부>


10월 29일 오후

춘천, 인제, 미시령을 거쳐 약 200km를 가는 도중, 어머니께서는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시다며 가끔씩 차에서 내려 길거리에 가만히 앉아 계시곤 했습니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차에 오래 앉아 가시는 것은 힘에 부쳐 하십니다. 2시까지 도착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런 사정으로 생각보다 늦어지자, 달리는 도중에도 여러 차례 기자들로부터 언제 오시느냐는 문의 전화가 오곤 했습니다.

설악산에 가는 길에 60년 전 헤어진 정혜 누님에 대한 기억을 물어보았습니다. 오빠가 되는 큰형인 영식 형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기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완전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군요.


<정혜누님을 만나러 간 가족들이 어머니와 함께 남북출입사무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영식 형, 천식 형, 난혜 누나, 그리고 나.>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정혜 누님이 배정받은 방 앞에서, '우정혜'라는 이름을 보니

상봉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60년의 세월이 길긴 긴가 봅니다.

어머니는 어려서 예뻤던 기억, 전쟁 중에 연백으로 보낼 때 부모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울며 떼쓰던 모습뿐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3시 30분경 설악산에 도착하니 기자들이 몰려옵니다. 갑자기 많은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이유를 들어 보니 우리 어머니가 이번 상봉단의 최고령자이면서, 부모 자식 간에 상봉하는 유일한 경우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히 여러 신문, 방송 기자들의 마이크와 카메라가 몰리고 있습니다. 상봉을 위해 모여든 다른 많은 이산가족들 사이에서도 어머니는 그 연세 때문에 단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치 “저 어른은 딸을 만나시려고 저리 오래 사셨구나!” 하는 듯합니다.

60년 전에 헤어진 딸을 만나기 위해 5년간 두문불출하던 집에서 나와 힘든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신 우리 어머니……. 오시는 도중 차 안에서 쓰러지기도 했던 어머니가 지금 저렇게 신나 하십니다.

오랜 세월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던 딸을 보기 위해 오래오래 버티신 우리 어머니가 오늘 정말 큰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오늘, 어머니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4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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