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원 이산가족 상봉기 <5부>

 이 글은 17, 19대 국회의원 우원식 의원의 이산가족 상봉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저서 '어머니의 강'에도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5부>


발가락이 닮았다!!

주량, 귓불, 무좀발…….

아무리 오래 헤어져 있어도 형제는 형제인가 봅니다. 단 한 번 얼굴을 보지 못했어도, 다른 이념 속에 살았어도 혈육은 역시 혈육입니다.

차츰차츰 만남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형제간에 결정적으로 닮은 점들을 하나씩하나씩 발견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발견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다섯 형제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말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크게 박수를 치며 “너희들 귀 모양이 똑같다!”고 외치십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우리는 서로서로의 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모두가 귓불이 도톰한 모습이었고 동그랗고 예쁘게 생긴 귀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머니의 귀도 역시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확실히 우리는 부모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들임이 분명합니다.

두 번째의 발견은 정혜 누님의 간단치 않은 주량이었습니다. 첫날 저녁식사를 하며 정혜 누님이 맥주, 소주를 여러 잔 하시길래, 혹시 헤어지고 나서 무슨 실수라도 없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날 점심때 물어보니 “일없다.”고 하시네요. ‘일없다’는 말은 ‘걱정 없다’, ‘괜찮다’는 뜻입니다. 그러시면서 30도 정도의 술을 포도주잔으로 10잔 정도는 끄떡없다고, 취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둘째 날 점심. 어느 자리보다도 행복하고 맛있었던 술맛. 실로 생애 최초인 정혜 누님과의 통쾌한 술자리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님에게 술을 따라 드렸다.


우리 3형제가 명절날 둘러앉으면 큰 청주병 4병 정도는 거뜬히 해치우는데, 정혜 누님 역시 우리 형제들의 대단한 주량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 대단한 주량을 자랑스러워 하며 둘째 날 점심 공동식사에서 왁자지껄 시원하게 술 한잔을 했습니다.

실로 생애 최초이면서도 통쾌한 정혜 누님과의 술자리였습니다.

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 형제의 얼굴 생김이나 신체구조는 아버지형(形)과 어머니형으로 나뉩니다. 아버지를 닮은 형제는 관혜 누님과 천식 형이고, 어머니를 닮은 형제는 영식 형과 인식 형, 난혜 누나와 접니다. 이번에 상봉을 통해 정혜 누님은 어머니형, 덕혜 누님은 아버지형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형은 결정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머니형의 신체구조는 손과 발이 도톰하게 예쁜 형인데, 발가락이 모두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발가락 사이에 습기가 잘 차기 때문에 무좀에 무척 취약합니다. 그 때문에 나도 군복무 시절부터 악성 무좀으로 무척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누님께 어머니형의 신체구조가 갖는 무좀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누님의 사정은 어떤가 물어보니 “나도 꼭 그렇다.”며 화들짝 반가워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정혜 누님은 어머니형의 얼굴 생김생김과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무좀발이라는 치명적 공통점까지 공유하고 있는, 분명한 나의 누님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정혜 누님!

귓불도, 주량도, 발가락도 모두 닮은 우리는 형제입니다!


<6부> 에서 이어집니다.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 Modified by Wonw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