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 일요일은 쉬는 겁니까?


영화 <판도라>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수력원자력 한울 원자력 발전소 5호기의 냉각수가 무려 888리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유출량으로만 보면 지난 5년 동안 유출된 냉각수량 중 가장 많습니다. '역대급' 수준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담당자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24시간에 걸쳐 냉각수가 유출되고 있는 원전이 그대로 운전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2016년 12월은 영화 <판도라>가 개봉한 때였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판도라는 한국 내 가상의 원전이 폭발한다는 시나리오의 영화입니다. 극중 원전의 사고 원인 역시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자로는 항상 고압과 고온 상태를 유지합니다. 안전하게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각재가 필수적이고, 대부분 물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물이 충분치 않거나 떨어질 경우, 압력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고, 멜트 다운(노심 융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멜트 다운이 발생할 경우 주변 지역은 방사능으로 인해 데드 존(Dead Zone)이 됩니다.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 대부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전을 관리·감독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도가 넘은 한수원의 '안전불감증'

한수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36시간이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는 24시간에 걸쳐 원전의 냉각수 유출이 방치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은폐되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조석 사장은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분명히 이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의도적이냐, 단순 실수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보고서에 이 부분이 기록되지 않은 것과, 888리터에 달하는 냉각수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판도라>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노동자들은...

영화 <판도라>에서는 결국 폐연료봉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이상의 냉각수 유출을 막고자 하는 원전 노동자들의 사투가 그려집니다. 5분도 작업하기 힘들만큼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그 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이들은 모두 협력업체(하청업체)노동자로 그려집니다.


한수원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 원자력 발전이 아닌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영화 <판도라>의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친환경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이제 곧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지 6년이 됩니다. 더이상 원전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맙시다. 우리는 제2의 후쿠시마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내가 왜 죽어야하는데... 나 죽기 싫다... 엄마, 나 죽기 싫어... 무서워."
- <판도라>에서 재혁(김남길 분)이 폐연료봉의 공기 중 노출을 막기 위해 천장을 터뜨리기 직전, 울면서 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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