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 추모사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1942년 구사키댐 공사장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고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박성수 선생님을 비롯한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서른다섯 분께서 76년 만에 백골이 되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이제 비로소 그리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이제라도 고국으로 모셔 넋이라도 위로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너무 늦게 모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광복절과 올해 3.1절에 이어 백 한 분의 원혼만 달래게 됐을 뿐입니다. 아직도 일본과 중국, 태평양 군도 등에 산재, 방치되어 있는 유해는 그 숫자를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그동안 전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비협조와 우리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돼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까지 거래대상으로 삼은 부끄러운 정부와 대법원이었기에 그리 된 것이지요.

정부차원의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봉환은 2004년 노무현대통령께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해 반환을 약속 받고 423분의 유골이 봉환된 게 전부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중단되었던 봉환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마지막 한 분을 모실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를 대신해 유해송환을 위해 노력해주신 '민족종교 협의회'와 ‘일제 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농사일을 하다가, 나무를 지다가, 장에 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간 강제징용 희생자들은 갖은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조선소에서, 제철소에서 그리고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탄광 막장에서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되지 못한 채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다 돌아가신 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저는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자입니다. 저의 외조부께서도 소련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벌이다 그 먼 이국 땅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외조부의 유해조차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후손으로서 그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유해봉환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다시는 이처럼 슬프고 외로운 죽음이 없도록 일제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한반도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고, 하루 빨리 그 곳에 님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강제징용에 대한 진상규명과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 그리고 피해자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그리움과 고통을 겪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온 마음을 다해 서른다섯 분의 강제징용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나라를 빼앗낀 한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신 님들이시어, 이제 어머니의 품, 못난 조국의 품이지만 76년 동안 풀지 못한 여한을 푸시고 따뜻한 고국의 품에서 편히 쉬소서...

새 역사의 봄에 평화의 꽃이 되어 다시 피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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