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우원식] 원전 수명 조작 의혹…한수원 “오타” 궁색 해명

원전 수명 조작 의혹…한수원 “오타” 궁색 해명


등록 : 2012.08.22 20:54

수정 : 2012.08.23 15:42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연 ‘고리 1호기 재가동 관련 원전 안전에 관한 공청회’에서 보충 질의를 위해 정회되자 정부 쪽 진술인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윤철호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위원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리1호기 평가방법 임의변경 논란
중성자량 재는 금속판 기준수치 바꿔 ‘수명 60년’ 짜맞추기
2004년 인출 재료 수정만으로
가동수명 48년으로 늘어나
2014년치 더하면 60년 육박
한수원쪽 해명 모호 의혹

정전사고 은폐와 안전성 기준 고시 편법 변경 추진 등으로 물의를 빚은 고리 원전 1호기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감시시편의 내구성 평가 기준치를 조작한 의혹까지 제기돼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22일 한수원이 고리 1호기 수명을 60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감시시편의 선배율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수원 쪽은 처음에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다 나중에는 오타라고 해명해 의혹을 배가시켰다.

한수원은 2004년 원자로 노심(원전 연료)과 압력용기 사이에 있는 감시캡슐 안에서 ‘엔’(N) 위치에 있는 감시시편을 인출해 중성자 조사량(쬐는 양) 평가 과정을 거쳐 선배율을 1.67로 추정했다. 감시시편에 들어 있는 선량감시자를 꺼내 측정을 해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지만, ‘엔’ 감시시편이 마지막 시편이어서 다시 사용하기 위해 선량감시자를 꺼내지 않고 유추한 값만을 산출했다. ‘엔’ 감시시편의 유효전출력 가동연수(EFPY)는 19.38로 계산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19.38×1.67/0.8)을 하면 해당 가동기간이 40.4년이 나온다.

한수원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 ‘고리 1호기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서 ‘엔’ 감시시편의 선배율을 1.98로 변경하고, 지난해 1월 ‘엔’ 감시시편을 선배율이 3.15인 ‘브이’(V) 위치에 재설치했다. 교과부 고시에 따르면 이 감시시편은 2014년에 꺼내 가동연수를 재평가하도록 돼 있다.

2004년 인출한 ‘엔’ 감시시편의 선배율이 1.98로 수정됨에 따라 해당 가동기간은 47.96년(19.38×1.98/0.8)으로 늘어났다. 2014년에 꺼낼 ‘브이’ 위치의 감시시편이 받을 조사량으로 계산한 가동연수는 ‘3×3.15/0.8’로 11.8년이 나온다. 두 수치를 더하면 60년에 가까운 59.8년이 된다. 1.67을 적용했을 때(52.2년)보다 8년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2004년 ‘엔’ 감시시편 인출 뒤 설치한 대체감시자로 2004~2008년의 중성자 조사량을 평가해 선배율을 보정했다”며 “1.89로 값이 나왔는데 1.98로 오타를 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21일 우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고리 1호기 압력용기의 유효전출력 가동연수(EFPY·이하 가동연수)가 38.4년이고, 감시시편의 가동연수가 19.38년이어서 선배율이 1.98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실의 곽현 보좌관은 “압력용기 가동연수나 감시시편 가동연수는 고정된 값이어서 1.98이 1.89의 오타라면 두 수치 중 하나가 조작됐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임도균 비서관도 “중성자 조사량은 원전 가동률, 핵연료 배치 등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대체감시자와 ‘엔’ 감시시편의 조사량은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대체감시자는 ‘엔’ 감시시편이 2004년 인출된 이후에 설치됐기 때문에 두 시편의 중성자 조사 기간이 겹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쪽 선배율 보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유효전출력 가동연수(EFPY)
특정 시점까지의 총 발전량을, 설계상의 정격 출력으로 하루 24시간씩 1년 동안 가동할 때의 발전량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원전의 실제 가동률은 원전 점검 등을 고려해 80% 정도인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압력용기의 EFPY는 실제 가동연수×0.8이다.

대체감시자
원자로의 압력용기 안 감시캡슐 안에 설치된 감시시편과 같은 재질로 압력용기와 콘크리트 차폐벽 사이에 설치된 감시시편을 말한다. 내부 감시시편이 없을 때 원전 운영중 중성자 조사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기사원문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483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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