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11.13) “울진 4호기 결함은 검증안된 업체 부품 쓴탓”

“울진 4호기 결함은 검증안된 업체 부품 쓴탓”


민주통합당 원자력안전특별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전남 영광군 홍농읍 영광원전 5호기를 방문해 현지조사를 하는 도중 원전 직원들이 가동 중지된 5호기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영광/뉴시스

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주장 제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균열 발생
2002년 이후 계속 늘어나 ‘위험’
한수원 “기술규격요건 충족” 반박

원전 부품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에 이어 경북 울진4호기의 결함 원인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납품한 제조 상의 결함”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탈핵에너지전환의원모임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과 녹색당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진4호기의 증기 발생기 전열관은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수주했고 제조상 결함이 지적된 제품이다”고 밝혔다.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핵분열로 생성된 열을 전달하는 지름 2㎝ 굵기의 얇은 관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흐르기 때문에 균열이 커져 깨질 경우 방사능 물질이 외부 공기와 물에 노출돼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계적으로 14건의 전열관 파열 사고가 있었고, 이에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1990~2000년대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했다. 울진4호기는 14건 가운데 운전 시작뒤 가장 빨리(2년4개월) 사고가 발생한 사례다.

우 의원과 녹색당은 “핵발전소 증기 발생기 전열관은 안전성과 16단계 넘는 복잡한 제작과정, 까다로운 품질관리 문제로 일본의 스미모토, 스웨덴의 샌드빅, 프랑스의 벨리녹스 등 오직 3개사만 생산한다. 하지만 울진4호기에는 미국의 비앤더블유(B&W)라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공급 실적이 없는 회사가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2004년 10월10일 회의록을 보면, “납품 당시 비앤더블유의 전열관을 사용한 발전소는 울진4호기가 유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핵규제위원회는 “울진4호기와 같은 증상을 보이던 미국 세코야1호기의 증기발생기도 (울진4호기와 마찬가지로) 두산중공업이 납품했지만 스웨덴 샌드빅의 전열관을 사용했다. 울진4호기는 압력 차이에 따른 전열관 안팎 팽창이 문제로, 제조상의 결함과 연관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 핵규제위원회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세코야1호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07년에 이런 문제를 분석해 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원전 당국이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기준만 낮추고 가동해왔다. 부품 교체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관련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제작사는 다수의 군사용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제작했고, 1992년 월성2호기, 1994년 미국 원전회사인 듀크에 증기발생기를 공급한 실적이 있는 회사로, 구매 기술규격서 요건을 충족한 검증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1999년 발전을 시작한 경북 울진원자력발전소 4호기는 2002년 4월 증기발생기의 전열관이 가로 방향으로 깨진데 따른 냉각수 유출 탓에, 백색경보(1등급·방사성 유출 전단계) 발령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그 뒤로도 전열관에 균열(금속재질에 금이나 마모가 생기는 것)이 꾸준히 발견되던 울진4호기는 1만6428개 전열관 가운데 2010년 280개, 2011년 3847개에 이어 올해도 지난 7월까지 7881개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등 위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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