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2.27) 야당 탓만 하는 박 대통령, 취임초 동력 스스로 ‘발목’

야당 탓만 하는 박 대통령, 취임초 동력 스스로 ‘발목’

 

[한겨레] 정부조직개편 협상 또 결렬

민주당 “IPTV 인허가권 빼면…”

새누리 “중요한 요체 빼라면…” 

안보실장 회의 불참 ‘네탓’ 부각

여당서도 “대통령이 풀라” 목소리


새누리당은 27일 ‘박근혜 정부’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최대 쟁점인 방송정책 문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수정안을 거부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아이피티브이(IPTV)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과 케이블방송 분야 양보안을 제시하며 거듭 협상을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아이피티브이의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면 아이피티브이에서 실행하는 사업 분야는 미래부로 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케이블 사업자 중 에스오(SO·망사업자) 및 종편과 보도채널을 뺀 비보도 채널사용자(PP) 관련 기능은 미래부로 넘길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이피티브이 인허가권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체이고, 비보도·종편 채널사용자만 넘기는 것으론 미래부에 이관되는 업무가 거의 없게 된다. 민주당 주장은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계속 남겨두겠다는 것이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미래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우원식 수석부대표는 “우리의 담대한 양보안마저 거부한 것은 방통융합을 명분으로 사실상 방송장악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여야 협상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계속 과거의 기준으로 소수의 이익집단을 보호하는 데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우여 대표는 “여야는 타협점은 없는지 진지하게 다시 한번 검토해야겠다”며 타협 여지를 뒀다. 정몽준 의원은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나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박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취임 초반 드라이브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도 여야 양쪽에서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앞으로 박 대통령이 공약을 추진하려면 무엇 하나 국회의 협조를 받지 않고서는 되는 일이 없을 텐데, 첫 단추부터 이렇게 잘못 끼우면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이 먼저 ‘셀프 발목잡기’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난항과 정부 ‘부실 출범’의 책임을 국회와 정치권에 돌렸다. 박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으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오늘 김장수 안보실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와 관련해서도 “제가 융합을 통해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조속한 국회 통과만 요구했을 뿐 ‘여당의 양보’나 ‘야당에 대한 설득’이 담긴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원안 고수’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듭 밝힌 것이다.

한편, 정홍원 총리는 28일 취임 인사차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제 김종철 석진환 기자 wonje@hani.co.kr

기사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5851.html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 Modified by Wonw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