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사퇴의 변, 황당하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방송 분야의 미래부 이관을 둘러싼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이 한참 진행 중일 무렵에, 그것도 대통령의 관련 담화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사퇴 발표는 그의 진심이 무엇이건 간에 그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다.

김 전 후보자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버렸다고 했다. 그 책임을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으로 돌렸다. 먼저 안타깝다. 미국에서도 성공한 IT 벤처사업가 출신으로 오랜 기간 미국 정부가 신뢰하고 일을 맡길 정도의 인물이라면 지금의 정부 조직법 개편안이 얼마나 본질과 벗어났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따라서 후보자는 야당과 정치권을 탓하기 전에 전문가로서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방송 인허가는 ICT 부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김종훈 후보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지 못한 채 떠나갔다.

그래서 김종훈 후보자의 사퇴는 조직개편안 협상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사퇴 타이밍을 기다린 시간차 공격이었을 뿐이다. 실은 대한민국이 그를 미국에서 성공한 자수성가형 벤처사업가, 자랑스러운 재미교포로만 알고 있었던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면모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사퇴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김종훈 후보자는 1998년 어느 날 신문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IMF로 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그러나 정부 지원 조건이 맞지 않다고 이내 없던 일이 됐다. 대신 그 사이 그는 배우자의 이름으로 청담동의 빌딩을 매입했다. IMF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자산이 저평가 돼 있을 때였다. 그렇게 김종훈 일가가 매매한 강남 굴지의 빌딩은 본 의원이 확인한 것만 3채다. 세입자와 소송도 벌였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한 자랑스러운 벤처사업가의 면모인가?

지난 주말 새로운 사실을 본 의원이 밝혀냈다. 그가 사장으로 있을 무렵인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 벨 연구소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5년 간 200억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신 연구 성과물을 서울시가 지적재산권 형태로 소유하는 것이었다. 거의 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결과는 어땠는가? 미국에서 수 만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벨 연구소가 그 기간 동안 서울시 예산을 통해 창출한 연구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확보한 특허는 출원 12, 등록이 고작 1건이다. 이 가운데 벨 연구소 명의는 특허 등록 단 1건이다. 당연히 서울시가 확보한 지적재산권도 없다. 사실상 200억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서울시가 이 돈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국내 IT 연구자, 대학에 투자했더라도 벨 연구소보다 못한 성과를 냈을까? 이 사실을 알고도 대한민국이 김종훈 후보자를 대한민국의 ICT를 살릴 창조경제의 수장으로 맞이해야 하는가?

이 외에도 그는 CIA에서 4년 간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정보 당국 개편을 위한 8인의 민간위원회위원을 지녔다. 미국의 정보당국에 깊숙이 관여했던 그의 시민권 포기를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도 파다했다. 심지어 지명 직후 즉시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바꾸고 지금 이 시간까지도 그는 정식으로 시민권 포기 절차를 밟지 않았다. 대신 장관 후보자라는 이유로 단 며칠 만에 포기했던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가 조국을 위해 미국에서의 명예와 부를 포기했다는 증거는 결과적으로 아무데도 없다.

그는 검증의 링에 올라오지도 못 한 채 퇴장했다. 마치 모든 관객과 선수, 심판조차 생소한 선수가 과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합에 임할 수 있는지 계체량과 과거 전적, 혹은 규정을 어기고 반입금지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도중에 시합 시작 시간이 조금 지연된다는 이유로 심판진을 비난하고 시합 포기를 선언한 셈이다.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황당하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린다. 그가 대한민국의 야당과 정치권을 비난하면 사퇴했지만 그의 또 다른 조국인 미국에서는 지금 시퀘스터가 발동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가 끝내 실패한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미국 연방정부 예산 12천억 달러가 자동 삭감되면 그 기간 동안 복지와 국방 예산이 깎인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도 미국 장관 후보자가 일 할 수 없다고 사퇴하는 사례가 있을까? 만일 그가 미국의 장관 후보자가 됐어도 야당과 정치권을 비난하면서 사퇴할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보다 나쁜가? 부디 그가 더블 스탠더드를 갖고 있지 않길 바란다.

 

 

3월 4일

국회의원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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