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여러분! 당론을 지켜주십시오

지난 20일 시작한 240시간 연속 의원 총회가 이제 100시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연속 의원 총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과반 여당이 왜 연속 의원 총회라는 이름으로 농성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왜, 바로 지금 해야 하냐는 등 다른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왜 연속 의원 총회를 했나,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연속 의원 총회를 하게 된 이유는, 국회의 불법 점거 세력에 대해 국회의 입법권을 확보하면서 아울러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수많은 토론과정에서 결정한 당론을 입법화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를 밟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의원이 긴급하게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의회 민주주의와 당내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의총인 것입니다.

그래도 과반 여당이 농성에 가까운 연속 의원총회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솔직한 대답으로는, 만약 아무리 한나라당에서 불법 점거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도부에서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라는 당론 실현에 강한 의지가 있었다면,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받는 중대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입법권 수호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면, 아마도 240시간 연속 의총은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어쨌거나 집권 과반 여당의 농성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당론 관철에 대한 의지와 국회의장의 입법권 수호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국회의장은 불법 점거라는 혼란의 원인은 외면한 채,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거부했습니다. 본회의 성립 요건을 갖춘 정상적인 회의조차 거부했습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이고 한나라당이 소수 야당이지만 한나라당이 맘만 먹으면 국회가 파행되고 또 그들이 맘만 먹으면 국회가 다시 정상화되었습니다. 아니 지금 국회 역시 정상화는 아닙니다. 과반수가 훨씬 넘는 16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정당이면서 국회의장을 배출한 정당이지만, 자신들의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연속 의총이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이제 당론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당론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도부가 정치란 상대가 있다는 이유로 당론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상대란 것이 국무총리를 핑계로 국회를 공전시켰으면서도 동료 의원을 간첩으로 몰아 놓고는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그 한나라당입니다.

당원 여러분. 당 지도부는 그 한나라당과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합의하더니 이제 그 합의 처리를 위해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라는 당론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이제 국가보안법 폐지 연내 처리라는 적극적 행동을 위한 240시간 연속 의총은 당론 사수라는 수세적 의미를 갖는 의총으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연내에 처리한다는 당론의 관철이 아니라 당론을 지켜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당원 여러분.
240시간 연속 의총만으로는 힘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당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당원 여러분, 당론을 지켜주십시오. 비록 국회에서 240시간 연속 의총이 계속된다고 해도 국가보안법 폐지 연내처리라는 당론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당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탄핵받았던 대통령을 당원 여러분이 구해냈듯이 이제 위협받고 있는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라는 당론을 당원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당원 여러분의 힘을 기대합니다.


200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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