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를 구하겠다는 최병열의 단식

한나라를 구하겠다는 최병열의 단식

참 어이없는 일이다.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제1야당의 최병열 대표가 대통령의 통상적인 권리행사를 이유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니...

단식 하면 필자도 일가견이 있는데...
지난 전두환 시기 3년의 감옥을 살면서 10여 차례, 70여일의 단식을 했던 것이 엊그제의 일 같이 느껴진다.

단식이란 저항의 모든 수단이 차단되고 도저히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쓰는 자해를 통한 저항이다.
그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기에 최후 투쟁의 유효한 수단이 되고 또한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기에 명분만 있으면 항시 풀고 싶을 충동이 발생하는 자기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대전 교도소에선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관현 열사의 단식으로 이한 옥사 소식을 필자가 춘천교도소에서 접하고 단식에 대해 갖었던 엄중한 인식이다.

그런데 최병열의 단식에는 그 어떠한 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최병열의 한나라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얼마든지 저항할 수단을 갖고 있으며, 단식의 명분도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모든 저항 수단이 차단 된 채 하는 어쩔 수 없는 단식이 아니기에 진지한 자기와의 투쟁도 준비되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하는가.
100억이라는 SK의 불법비자금 강제 수수로부터 출발한 검찰의 한나라당 대선자금 수사로부터 한나라당을 구하려 하는 것이겠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염동현, 최도술등 측근들의 비리부터 척결하고 심지어 대통령직을 걸고 이 시대의 과제인 정당개혁과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대통령의 도덕적 정치 개혁운동에 맞서 탄압받는 야당의 상을 그려 보려는 잔꾀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단식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렇게 단식을 모독해서는 않된다.
전두환의 단식이 단식투쟁이 갖는 진정성을 얼마나 모욕 했는가!

한나라당이 사는 길은 최병열의 엉뚱한 단식이 아니라 ‘당당히 검찰 수사에도 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검찰의 수사에 응하고 법과 국민의 심판을 받는 일이다.

정 그렇게 하기 싫다면 그 역시 사는 길은 아니지만 이렇게 땡강을 부릴 것이 아니라 지난번에 한 것처럼 민주당, 자민련과 협조하여 재의결 하면 된다.

땡강 부리는 길은 확실히 죽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3. 12. 1.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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