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노동 시간,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

우리 나라 노동자들은 일년에 총 2390 시간을 일한다.
노동부 발표 매월 노동통계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달 평균 199.2 시간, 한 달에 23.8일을 일한다고 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실감나지 않았는데 OECD 보고서를 본 뒤, 그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 지 알 수 있었다.


OECD가 발표한 ‘2004 고용전망’ 보고서는 이 자료를 인용하여 우리 나라 노동자들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길다고 발표했다.

1인당 년 간 2000시간 이상을 일하는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우리 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나라 다음은 년 간 1984 시간인 체코며, 이어 멕시코(1908 시간), 체첸 공화국(1882 시간), 일본(1828 시간) 순이다. OECD 전체 평균은 1699 시간이며 독일(1362 시간), 네덜란드(1323 시간) 등은 OECD 전체 평균 이하 노동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6월30일 통계청은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보고서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03년 남성임금을 100.0으로 할 경우 여성의 임금은 64.2% 수준임 - 1980년 44.5%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2001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한다. 즉, 90년대 들어 남녀 임금 격차는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2001년 이후에는 그 격차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자료는 2003년 월 평균 근로시간이 남자의 경우를 100으로 할 때, 여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97.0이라고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인용한 자료인 노동부에서 발간한 「매월노동통계조사보고서」2003년 12월호를 보면, 위의 수치가 우리 나라 여성 근로자의 상황을 진실 그대로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0인 이상이 아니라 300인 이상, 500인 이상으로 집계할 경우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위의 통계청 보고서는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 대상으로 집계하였으나, 같은 자료로 300인 이상 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자 100 : 여자 99.7다.
300인 이상 규모 사업장에서는 남여 노동 시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500인 이상만 별도로 집계할 경우는 100:103으로 오히려 여성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더 길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일한다.

그러나 임금격차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남자를 100으로 보면 여자는 60.7로 나타나고 500인만 집계할 경우는 남자 100으로 볼 때 여자는 60.5로 나타난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남녀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남녀 노동 시간 격차는 거의 없으면서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상황은, 특히 여성 근로자가 많은 산업(여성 근로자 수 10만 이상)에서 이런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제조업(여성 노동자는 전체 75만여 명)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자 205.9시간, 여자 206시간. 제조업 500인 이상 규모에서는 남자 200시간에 여자는 무려 210 시간이다. 210 시간. 이런 상황은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금융 및 보건업, 교육 서비스 업 등에서도 나타난다.

이게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다.

결론은 이렇다.

첫째, 우리 나라는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길다’.
둘째, 여전히 우리 나라 여성은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취업하기도 그나마 힘든 상태에 있으면서 일단 취업을 하게 되면 여성은 남자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남자보다 매우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것이 진짜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0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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