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게 ‘민생은 최고의 개혁’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역사적 당위
열린우리당에게 ‘민생은 최고의 개혁’이다

남파북파(南爬北爬)란 말이 있다. ‘남쪽으로 오르든 북쪽으로 오르든 산 꼭대기에만 오르면 된다’는 뜻이다.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남쪽이든 북쪽이든 오르는 길은 상관없지만, 오르려고 하는 산은 분명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올라야 할 산이 어떤 산인가.
그것은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산이다.
열린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또한 개혁정당이다.
개혁을 자기 존재 근거로 하는 정당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자기정체성의 문제와 결부시킨다면 결국 ‘민생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 민생문제의 해결은 7,80년대 역사의식의 완성을 의미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학에 들어가서 기존의 인식체계에 혁명적 전환은 민중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목가적 환상에서 출발한 농촌봉사(70년대 당시에는 이렇게 불렀다.)에서 충격적으로 겪었던 농민의 삶이나 그밖에 도시빈민, 노동자의 삶을 경험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핵심 운동권이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단언하건데 이런 과정은 당시 7, 80년대 대학에서 운동을 시작한 모든 이들의 공통분모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은 어떤 자리에 있든 여전히 가슴속에서 민중의 삶을 이해하면서 함께 성장했던 자신의 청년기를 기억할 것이며, 지금 역시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눈길은 따뜻하리라고 믿는다.

내 자신이 정치권의 한 복판에 있는 지금, 민중의 삶에 대한 문제는 새로운 차원에서 다가온다. 우리에게는 ‘민중의 삶’ 보다는 ‘민생’이 더 익숙해진 것 말고도 ‘선언적 외침’에서 ‘구체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위치라는 주·객관적 변화가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민생 문제의 해결은 오늘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지난 7,80년대 당시의 과제를 완성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 상인과 시민의 외면은 우리 과거의 부정, 문제의식의 출발점

87년 6월의 경험은 민주화 운동과 시민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주는 위대한 사건이다. 시장의 상인은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학생을 보호해주었다. ‘너희들의 주장이 바로 내 주장이다, 너희들이 내가 할 말을 대신해주고 있다’는 상인들의 마음이 그대로 시위대에게 전달되는 순간, 순간은 지금도 여전히 감동과 흥분을 준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를 외면했다. 너희가 정권을 잡았는데 왜 이리 삶이 고달프냐고 한다. 그 시대 시장 상인, 넥타이 부대의 환호는 질타로 변해버렸다. 그들의 질타는 우리의 지난 시기에 대한 부정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끝나버린다면 지금 우리의 실패만이 아니라, 7, 80년대 우리의 삶까지 부정되는 것이다.

시위대를 숨겨주고 지지해주었던 시장상인과 넥타이 부대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더 나은 삶을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절박함은 여기서 시작된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의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1월 당의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따뜻한 시장경제’, 이것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기반 위에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는 상황에서 민생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얼마 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경영계는 ‘정부가 세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행정’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마다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다시 한 번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압박한다.
지난번 비정규직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경영계와 노동계의 주장은 극과 극이다. 결국 민생문제 해결, 서민경제 활성화는 일방의 선택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포기를 강요할 수 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따라서 일방의 포기가 아닌 타협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결국은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 사회적 대타협을 열린우리당이 지금 비록 더디게는 보이지만, 그래도 큰 의미 있는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 2월1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4대 분야 12가지 약속’을 발표하면서 경제계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한 바 있다.

이렇듯 지금 김 의장의 행보는 이미 예고됐다.
7,80년대를 거쳤던 모든 이들이 그랬듯이 김 의장 역시 민생 문제 해결을 역사적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즉, 수 십년에 걸친 과거 삶의 궤적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에 서 있다.

남대문 시장 상인과 명동 거리를 가득매웠던 넥타이 부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화 운동의 완성이다.

이러한 노력을 두고 대권행보니, 이미지 정치니 하는 소리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의 철학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좋은 일자리, 더 많은 일자리,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대타협, 이것은 당장의 성공과 가능성 여부를 떠나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우리의 과제다. 민생문제라는 ‘산’은 정해졌다. 그 산에 오르는 길이 어느 쪽에 있든 우리는 그 산을 올라야 한다.

지금은 오를 수 있느냐를 물을 시점이 아니라 올라야 한다는 의지를 모두 함께 가져야 할 시점이다.


2006. 8.
국회의원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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