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의장 말하는 통합은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것인가




강봉균 의장 말하는 통합은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것인가


원내 제1당의 대통령 후보로 두 번씩이나 출마한 분은 얼마 전 좌파 정권 등장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좌파 정권?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것인가?’고 묻는 것은 부질없다. 그 분이 말하는 좌파 정권이란 참여정부이고, 막아야 할 좌파 정권은 우리당의 재집권이다.

또 지난 3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의 새해 인사회에서 축사를 한 한나라당의 김용환 당 상임고문은 “오늘은 박 전 대표를 모시고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다짐을 하는 자리”라고 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강봉균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좌파라고 하면 딱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고······’라고 했다.



강봉균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좌파가 김근태 당의장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왜 강봉균 의원이 좌파라고 규정하는 것인가에 있다. 강봉균 의원이 좌파라고 규정하는 근거는 정책이다. 아파트 원가 공개, 특히 대북정책에 대해 강봉균 의장은 ‘북한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PSI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좌파’로 비난한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있어도, 북한이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소리다.

어쨌거나 강봉균 의원은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을 근거로 좌파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파트 원가공개 찬성, 대북 포용정책 유지, 신중한 한·미 FTA 접근’과 같은 정책이 바로 ‘좌파정책’이라는 것이다.

색깔론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정적을 무조건 좌파라고 규정했다면, 정책을 놓고 좌파라고 규정하는 강봉균 의원의 주장은 변형된 색깔론이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공약이었고 당의장이 줄곧 주장했고 대통령도 수용한 아파트 원가공개나, 국민의 정부 이후 줄곧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포용정책을 좌파로 몰아붙이고 있는 강봉균 의원이 1년을 어떻게 당의 정책위원장으로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강봉균 의원이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우리당은 원래 그런 당이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자 노력하는 당이고,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고자 하는 당이다. 뭐 새삼스러울 것이 있다고 이제와서 이런 정책을 갖고 좌파 정당 운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당이 이런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잘못 때문에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정책을 이제는 제대로 관철하기 위해 ‘평화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봉균 의장이 말하는 좌파는 이회장 전 후보가 말하는 좌파정권, 한나라당이 말하는 좌파 정권과 동의어다. 초급 논리학의 수준으로 이해한다면 강봉균 의장이 주장하는 통합신당의 정체성은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강봉균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통합신당은 정체성이 동일한 ‘한나라당’을 고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결국 강봉균 의장이 말하는 통합신당은 당연히 정책의 정체성이 동일한 한나라당까지 통합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7. 1. 4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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