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 모두발언
■ 일시 : 2014년 11월 12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으로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논쟁을 벌이는 일이 참으로 불편하고 부끄럽다. 참담함조차 느낀다.
대통령 공약을 지키겠다는 그 곡절을 이해하면서도 그 방법을 기어코 첫째 아이 밥그릇을 빼앗아 둘째 아이 밥그릇에서 찾는 졸렬한 발상에 절망한다.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장들의 무상급식 중단 결의를 보면서, 지방재정의 절박함을 이해하면서도 진정 대통령의 공약보다 밥이 본질적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도 느낀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기성세대의 이 참담한 논쟁을 보면서 그들이 크면 과연 어떻게 평가할가 생각하면 낯뜨겁다.
아이들에게 맘편히 밥좀 먹이자는 것조차 이처럼 편을 가르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들먹이는 정부, 참으로 모질고 비정하다.
옛말에 모든 교육의 시작은 밥상머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식구라는 말은 같이 밥을 먹는다는 의미다. 밥은 가족의 시작이고 공동체의 출발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말중의 하나가 밥한번 먹자고 하는 것도 그런 의미다.
공동체를 키우가는 모든 시작은 밥이고 그래서 밥은 교육이다.
지난 5월은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생명사상의 죽비같은 울림을 주었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20주기가 있었다. 그는 평생 교육자였다. 그가 늘 새겼던 말이 해월 최시형의 “밥 한그릇을 알면 만사를 안다”였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면서 공동체에 대해, 생명에 대해, 농부에 대해, 가족에 대해 제대로 마음에 담도록 교육을 해왔는지, 우리 아이들이 따듯한 밥 한끼를 먹으며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는지를 고민해야할 귀중한 시간에 우리는 참으로 참담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비감하다.
밥을 차별적으로 먹이는 것을 막는 것보다 더 교육적 가치가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 차별받지 않을 인권, 복지보다 더 근원적 삶의 주제가 있을수 없다.
예산을 핑계로, 대통령의 공약을 핑계로 밥을 버리자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 인권을 버리자는 것과 같고 복지를 버리자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밥먹이는 문제를 이처럼 이념논쟁화시키고 편을 가르는 이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참으로 비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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