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2.26) '발목잡기' 욕 먹어가며 왜 반대하나 했더니

'발목잡기' 욕 먹어가며 왜 반대하나 했더니

[여친이 묻고 남친이 답하다] 정부조직법 둘러싼 여야 대립, 그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는데, 같이 일할 장관들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여자친구가 정치부 기자인 남자친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국민이 민생을 회복시키고 경제민주화를 이뤄달라며 뽑은 대통령이 취임을 하고도 일을 할 수 없다니, 안 그래도 정치불신증을 가진 여자친구의 병세는 더욱 심각해질 터다. 여자친구에게 "그 이유가 있다"고 하자, 그의 눈방울은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케이블·인터넷TV 등 비보도 방송정책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이관이다. 정부·여당은 야당이 반대하자, 타협하기보다 '반쪽 정부'를 출범하는 쪽을 택했다. 반대로, 야당은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춰질 게 뻔한 데도,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방송 장악 우려 탓이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이 가장 먼저 점령했던 곳 중에 하나는 서울 남산의 중앙방송국이었다. 현재의 KBS다. 방송을 장악해 쿠데타의 성공과 그 당위성을 전국에 알려야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스타일'을 좇아 방송 장악에 나서지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여자친구뿐 아니라 '반쪽 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궁금해 할 사안이다. 그래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한다. 말 그대로 여친이 묻고 남친이 답한다.

여친 : "정부·여당은 왜 방송을 미래부로 이관하겠다는 거야?"

남친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방송통신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부처를 만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어. 그래서 인수위원회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지.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 145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어.

하지만 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전날까지도 야당의 입장에 변함이 없자, 황우여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통신과 방송의 분리는 시대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협조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어.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는데도 협상의 진척은 없었어. 이한구 원내대표는 "상생국회를 하자고 그토록 약속을 많이 했는데, (야당의) 실제 행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확실하게 발목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민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어. '구태의연하다', '식물국회'와 같은 자극적인 발언도 내놓았지."

여친 : "야당과 타협하지 않고 왜 '반쪽 정부' 출범을 강행했을까?"

남친 : "나도 놀랐어.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거나 여야 간에 합의되지 않는 경우는 박근혜 정부가 사상 처음이거든. 이명박 정부 때는 출범 이튿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앞서 6일 전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었어.

정부·여당이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포기하면서까지 비보도 방송 부문의 미래부 이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과 통신은 융합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여기서 민주당의 주장을 빌려오면, 정부·여당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거지."

여친 : "정부·여당이 정말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있을까?"

남친 :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려가 된다는 거지. 대선 패배의 큰 원인으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과 종편 출범을 꼽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쉬이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야. 이미 2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포함된 케이블·인터넷TV가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경우, 여론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지. 특히 방송재허가권은 큰 무기가 되겠지.

특히 합의제인 방통위와는 달리, 장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독임제 부처에서는 견제 장치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방송 장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야. 이명박 정부 때 소수인 야당 쪽 위원들이 '방통대군'으로 불리면서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 최시중 위원장을 견제하기에 힘이 부쳤지만, 그나마 일부 견제는 가능했거든.

'강한 청와대-실무형 내각'으로 짜인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체계를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통해 방송 정책을 입맛에 맞게 주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박기춘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을 들어볼까."

"방송의 공정성·중립성을 담보해달라. 여당은 공정성을 담보를 하겠다면서 방송의 인허가권, 광고권, 편성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가져가겠다고 한다.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겠는가. 미디어법 이후의 우리나라 방송이 어떤가. 방송장악을 넘어 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삼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친 : "지상파와 케이블TV 규제기관이 서로 다르다는 게 이해를 못하겠어"

남친 : "그렇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상파에서 만든 무한도전은 방통위고, 케이블에서 재방송하는 무한도전은 미래부인 난센스가 어디 있느냐"고 꼬집은 이유야. 똑같은 콘텐츠를 방송하는 똑같은 방송인데, 담당 기관에 따라서 규제가 달라질 수 있는 거지.

이런 이유 때문에 종편도 정부·여당 안을 반대한다는 거야. 종편과 경쟁하는 케이블TV가 방통위 품을 떠나 산업논리를 강조하는 미래부의 소관이 될 경우, 규제완화와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결과물인 종편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방송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셈이니, 흥미로운 일이야.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했고, 소통을 강조했어. 그렇다면, 방송 장악에 대해 예민한 민주당을 안심시킬 새로운 안을 내놓거나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정상적인 정부 출범도 가능할 거야.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선대식(sundaisik) 13.02.26 18:42l 최종 업데이트 13.02.26 18:42l

기사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8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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