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3.15)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의 진짜 문제점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의 진짜 문제점

방송과 통신 관련 정책과 규제를 정치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방송정책을 어느 부서에서 관장하느냐의 문제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방송산업이 ICT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기존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장하던 방송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새로 생기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창과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미창과부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ICT는 Information, Communication & Technology의 줄임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IPTV 등 정보통신 기기와 같은 하드웨어 개발과 이러한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발, 그리고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 등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해내는 기술 분야를 말한다. 즉,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산업분야를 일컫는 말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통신분야의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ICT산업을 통한 창조경제의 실현인 것이다.

그런데, 방송은 정보통신 기술과 같이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ICT산업과는 분야가 다르다. ICT산업은 기술적인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반면 방송은 인문사회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우리사회의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공적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방송은 정부를 포함한 어떠한 사회 권력집단으로 부터도 영향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관장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협상을 위한 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2000년 여야는 합의를 통해 합의제 독립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고 방송정책 수립과 규제, 그리고 진흥업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이를 다시 예전의 독임제 장관 시절로 되돌려 공정성과 공영성이 생명인 방송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관할 하는 미창과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이 가지고 있는 권력감시와 견제 기능, 여론형성과 같은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방송은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미창과부에서 관장할 것이 아니라 방송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이해 부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져 그야말로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방송통신 융합의 진정한 의미는 기존에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해서만 시청자들에게 전송되던 방송 프로그램이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송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즉, 방송통신 융합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시청자들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을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이처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을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램 제작 분야는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방송통신 융합은 정보통신 기술 개발의 전문성을 가진 부서와 방송제작 기술의 전문성을 가진 부서가 각각 전문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가운데, ICT 분야에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방송국이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통로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방송통신 융합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ICT의 성공사례로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들인 구글과 애플, 그리고 페이스 북 등을 자주 거론한다. 이처럼 ICT 분야에서 성공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방송과 통신 관련 정책수립과 규제 업무를 정치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합의제 기구인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에서 관장 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 북 등 미국이 세계적인 ICT 기업들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합의제 기구가 방송 통신 관련 업무를 관장했기 때문이다. 어제 박근혜 정부의 첫 공식 국무회의에서는 노출증에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 미창과부 장관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국무회의의 위원이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media@mediatoday.co.kr

입력 : 2013-03-13 09:12:12 노출 : 2013.03.15 11: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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