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브리핑] "박근혜대통령, 경제민주화에서 줄푸세로 길을 잘못 들었다"

"박근혜대통령, 경제민주화에서 줄푸세로 길을 잘못 들었다"

 

제126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 일시: 2014년 3월 14일 오전 9시

□ 장소: 국회 대표 회의실

 

경제혁신3개년계획의 핵심은 공공부문은 줄이고 규제를 과감하게 푼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를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사생결단하고 붙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긴다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선 당시 경선에서 ‘줄푸세’를 내세웠다. 줄푸세란 세금과 정부의 규모는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집권 2년차의 박 대통령은 줄푸세를 부활시켰다. 2007년으로 다시 퇴행 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포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본색은 줄푸세라는 게 명확하게 드러났다.

문제는 규제를 풀면 기업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가 살아나면서 내수와 수출이 불균형이 해소된다는 이 신기루 같은 환상, 사실상 박근혜표 줄푸세를 했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통해서 이미 사실이 아닌 것이 증명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서 줄푸세로 길을 잘못 들어섰다. 이 길은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더욱 악화시키는 길이다. 대통령이 길을 잘못 들어서면 그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까지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마디만 덧붙이면,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이 대단히 극단적이어서 우려스럽다. 원수, 살점이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암 덩어리, 불타는 애국심, 사생결단 등등 말의 품격을 떠나서 마치 오랜 옛날 분노에 찬 어떤 방송을 들을 때 느꼈던 생경함이 느껴진다. 국민의 언어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옛말에 옥석구분이란 말이 있다. 옥과 돌이 함께 불타 없어진다는 중국고전 서경 하서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옳은 사람이든 그른 사람이든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받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옥과 돌을 구분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한다는 말과는 정반대의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가 쳐부수어야 할 암 덩어리라는 식의 말 한마디는 규제 폐기의 광풍을 불어 닥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 부처는 경제민주화법안, 을살리기법안들은 이미 휴지조각으로 만들었고,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그린벨트 해제, 산지규제 완화 등 무리한 선심성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부처는 후폭풍은 생각하지도 않고 옥과 돌을 함께 불태워버리는 우를 벌써 범하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에 대한 처벌로 장기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때렸다. 그런데도 이 처벌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통신이용료를 받아 이득을 챙기는 이통3사는 이 처분으로 이 기간 동안 홍보비와 보조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 총 6,000억 원의 가까운 이득을 보는 반면, 이통3사의 말단 판매 대리점은 핸드폰을 판매할 수가 없어서 엄청난 손해를 보게 생겼다.

이 대리점들의 한 달 운영비는 1,100만 원에서 2,500만 원까지 들어가는데 이번 영업정지 처분으로 한 대리점당 3,0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생겼다. 전체 전국의 3만8천 개로 추정되는 대리점, 판매점을 감안하면 총 3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됐다.

여기에 종사하는 30만의 종업원에다 핸드폰, 악세사리점, 택배시장의 손실까지 합치면 서민들, 을들의 눈물은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거리에 나앉아져야 할 판이다. 오죽했으면 어제 종로 보신각 앞에서 부산광주 등 전국에서 올라온 대리점주 2,000여 명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했겠나.

잘못한 사람은 웃고, 그 말단의 엉뚱한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영업정지처분을 즉각 중단해야한다. 이통3사의 처벌이 될 수 있도록 과징금을 몇 배로 때리던지 그 기간 동안 불법보조금 때문에 늘어난 이용자들의 과도한 통신이용료를 줄여줘야 한다. 이번 처벌이 생색내기용 처벌이고 정부와 이통3사간의 짬짜미가 있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정부는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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