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09.14)_[단독] 대체인력 투입도 모자라 "국감장 난입할 수 있다"며 청소 노동자 출근 막는 정부

대체인력 투입도 모자라 "국감장 난입할 수 있다"며 청소 노동자 출근 막는 정부

정부세종청사 청소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해제하고 일부 시간 근무에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국감장에 난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묵살한 것이 확인됐다. 모범 사용자여야 할 정부가 파업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를 독려하긴 커녕 출입 통제·대체 인력 투입으로 노동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세종청사관리소는 파업 중인 청소 노동자 180여명의 출입 권한을 박탈했다고 14일 밝혔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출입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감장에 난입할 가능성이 있다. 원청에서 파업 용역 근무자 출입을 막는 것은 위법사항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공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상여금 지급·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지난 7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노조는 일주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han.co.kr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는 지난 10일 3일째 진행 중이던 전면파업을 해제하고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근무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청사관리소에 발송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늘어난 방문객 등이 청사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부분 업무 복귀를 선언했다”고 했다.

그러나 청사관리소는 공문이 발송된 당일 파업 노동자들의 출입권한을 박탈했다. 이날 오전 청사 락커룸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파업 노동자들은 오후엔 옷을 갈아입지 못해 근무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갔다. 출입증의 권한을 박탈한 것 뿐만 아니라, 특수경비원의 출입통제도 강화시켰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특수경비 업무일지를 보면 “청소 용역 미화원 180여명을 차단시키고 출입증이 인식되는 자는 통과시키라”는 지시내용이 담겨있다. “아는 얼굴이 열어달라고 해도 절차를 밟고 들어가게 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파업 대체인력에겐 출입증이 지급됐다. 청사관리소는 ‘국정감사 청소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기존에 근무하던 조경 노동자와 일용직 노동자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시 대체인력·신규인력 배치를 금지해 파업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용역 노동자는 보호에서 배제된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공인노무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을 늘리겠다던 정부가 공공의 책임은 안중에도 없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민간에서 행해지는 노조 탄압을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사찰 없다”고 하지만…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청사관리소 특수경비원이 세종청사 환경미화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해당 특경대원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청사 노조 지부장과 청소 노조 지회장을 불법 사찰하다 적발됐다”며 “노조원에 대한 불법적 감시와 사찰이 수시로 이뤄져 왔다”고 했다.

지난 4일 오전 11시40분 김민재 공공비정규직노조 충남세종지부장은 청사 건물에서 수차례 마주친 한 남성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속을 물었다. 사복 차림의 남성은 신분을 추궁하자 ‘공무’라 적힌 일일출입증을 보이며 “공무원”이라고 답한 뒤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김 지부장을 쫓던 남성은 용역업체에 고용된 특수경비원 간부 ㄱ씨로 드러났다. ㄱ씨는 공무 일일출입증을 지급받을 수 없는 신분이다. 정부세종청사 출입보안 매뉴얼은 “공무원·행정실무원·전문위원 등 입주기관 직원이 출입증 미소지 시 일일단위로 발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ㄱ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출입증 관리 책임이 있는 청사관리소가 ㄱ씨에게 출입증을 발급한 경위도 모호하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4일 특수경비 근무명령서’를 보면 ㄱ씨는 해당 시간에 근무자로 배치돼 있다. 정복을 입고 있었다면 따로 출입증을 발급받지 않아도 되지만, ㄱ씨는 사복 차림으로 일일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하 보도 생략

보도 전체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63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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