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활에 뿌리내리는 정치, 그 꿈이 보입니다.


1. 정치입문의 동기

사회 개혁을 운동의 차원이 아니라 현실 정치의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재야는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의장이신 문익환 목사를 중심으로 김대중 후보를 비판적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민주주의 실현과 사회 개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김대중 후보 당선을 위해 일했습니다. 이때까지는 현실 정치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여전히 운동의 차원에서만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현실 정치 참여를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당시 평민당 김대중 총재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게 몰아붙이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김대중 총재를 거치지 않고 사회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실현을 10여년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 세력 가운데 가장 개혁적인 김대중 총재를 배제하고 누구와 함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정했습니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로. 그래서 당시 민통련의 주요 간부였던 지금의 임채정 의장과 이해찬 총리, 장영달 의원 등과 함께 평민당에 입당하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지난 15년 정치 활동의 선택의 기준은 개혁이었습니다. 그 선택 기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제가 17대 국회에 들어와서 240시간 연속 의총 등 개혁입법에 집중했던 근거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엄중한 독재 권력 아래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양심’의 출발은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양심, 사회적 실천 없는 양심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겠죠. 저 역시 ‘실천하는 개혁’을 말하고 싶습니다. ‘개혁’은 실천을 통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실천을 통해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 개혁이 갖는 시대정신은 ‘평화 통일’과 ‘사회통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제가 현실 정치에 참여한 이유는 김대중 후보의 개혁성을 인정하여 김대중 총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완성과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정당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987년 김대중 후보 당선을 위해 일하면서 지켜보게 되었던 그 당시 정당의 현실은 김대중 총재 자신의 개혁성을 당이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여 오히려 김총재의 개혁성을 흠집내기조차 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김대중 총재에게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민주주의 실현과 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정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인권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 문제였습니다. 독재권력에게 가장 피해받는 노동자 농민 등 서민의 문제가 모두 인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평민당에 입당에서 제일 먼저 일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중앙당 인권위원회에서 실무자로 정당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중앙당에서 일했습니다. 중앙당에서 실무자로 일하면서 중앙정치를 곁에서 지켜보다가 저는 새로운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당은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역 생활 정치, 앞으로 우리 정당의 미래 모습을 그리고 저는 바로 지역에 내려갔습니다.

2. 내가 꿈꾸는 지역생활 정치

지역에 근거를 두되, 결코 지역 이기주의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정당이지만 지역색을 띤 지역 정당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을 지도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때 이후 저의 지역 활동의 원칙이 되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저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노사모의 활동이 바로 제가 생각하던 그런 지역 정치였습니다. 지역에 뿌리내려 지역에서 출발하는 정치, 그것은 저나 우리 지역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지역에 기반을 토대로 정치개혁과 사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문제의식의 동질성으로 볼 때, 저를 비롯한 당시 평민당에 입당한 사람들은 1세대고 오늘의 젊은 노사모는 2세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쓰레기 소각장과 관련된 시민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의회 의원도 경험했습니다. 신나는 지역 활동을 했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기쁨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1997년부터 노원구 주민들과 함께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메말라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찾고자 ‘노원놀이마당’이라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주민 마당, 청소년 마당, 어린이 마당, 단오 마당, 대보름 마당···. 노원놀이마당은 지난 대보름 마당까지 65차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 공간만으로 노원구 주민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2001년에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중랑천에 나무 한 그루 심기부터 중랑천을 살리기 위한 정책 제시까지 지역의 환경을 위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활동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저는 ‘노원놀이마당’과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의 경험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활동이 앞으로 당원협의회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로 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다음의 주소로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madang97.org/ 노원놀이마당
http://www.jr1000.org/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

3. 지역생활 정치 실현을 위한 한계, 그리고 과제

아무튼 지역 활동은 재미있고 신났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지역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장애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앙 정치를 중심으로 한 ‘편가르기’였습니다. 국회의원의 ‘줄세우기’였습니다. 시의원 시절에는 중앙정치의 편가르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외면받았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지구당 구조에서는 주민과 결합된 정치활동으로 견제를 받았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잠재적 경쟁자일 뿐이었나 봅니다.

지구당에서 배척을 받았지만,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노원놀이마당, 중랑천 살리기 운동을 시민운동 차원에서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아쉬웠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활동이 시민운동 차원만 아니라 당의 이름으로, 당원이 중심이 되어 지역 주민과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지역 주민과 호흡하는 정치 활동이야말로 정당의 저변확대를 위한 출발입니다. 그런데 그 활동을 정당의 이름으로 하기는커녕 그런 활동을 했다고 지구당에서 축출되는 상황, 그게 지금까지 정당의 지구당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열린우리당의 당원협의회가 결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저로서는 남다른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원협의회 구성은 우리 열린우리당이 당원 스스로 재정을 분담하면서 당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위대한 선언입니다.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당 활동을 이제는 당원협의회를 중심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물겹게 고마운 일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열린 우리당이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필요조건은 만들어진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서울시당 미래,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가능성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우리는 이제 평당원, 당원협의회라는 구슬을 꿰어야 합니다. 그것은 평당원과 당원협의회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당을 만드는 일입니다. 서울시당은 서울 지역을 잘 아는 지방의회와 당원, 당원협의회 이들의 고민이 반영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국회의원이 되기전부터 서울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시민운동 차원이 아닌, 평당원으로 당 차원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7대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까 시민운동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국회에서 ‘서울강남북균형발전연구모임’을 만들어서 서울 발전을 위해 토론도 법안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에서는 서울시당 정책위원장 등을 맡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슬픕니다. 옳은 주장이라면 국회의원이든, 평당원이든 누가 주장하든 당에서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평당원의 주장은 외면하고 국회의원의 주장이기 때문에 반영하는 구조로는 지역에 뿌리내리는 정당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을 잘 아는 지방의회 의원과 평당원이 서울시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 시스템은 지방의회 의원과 당원협의회가 정책결정에 참여함과 동시에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지역을 잘 아는 지방의회 의원과 평당원의 정책참여는 필수적입니다. 이런 구조를 갖춘 정당이야말로 강한 정당이고, 일하는 정당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왔던 ‘노원놀이마당’이나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과 같은 활동을 시민운동 영역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당이 직접 참여하고 당의 이름으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참여 주체는 당연히 당원협의회이기 때문에 서울시당은 각 지역의 당원협의회가 이런 활동을 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서울시당이 강한 시당이고 일하는 서울시당입니다.

저는 우리 서울시당이 이렇게 강한 정당, 일하는 정당이 되는 길을 마련하고자 중앙위원에 출마했습니다.

당원협의회와 지방의회 의원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당원협의회가 조직 활동의 중심이 되는, 그래서 서울시당은 정책 조정 역량과 지역 활동을 광범위하게 선전해 낼 수 있는 홍보 역량을 강화하는 그런 역할 분담을 이뤄내고 싶습니다.

당원 여러분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 3. 21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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