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날, 소주 한잔하려 합니다.


오늘은 즐거운 날, 소주 한잔하려 합니다.

오늘 좋은 날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만큼 좋은 날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장애라는 이유로 원하던 그토록 가고자 했던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 형님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내가 커서는 단지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드시 고쳐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은 그 다짐을 부족하나마 처음으로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장애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안 된다는 법적 장치는 없었지만, 의무고용 적용대상제외였기 때문에 ‘반드시’ 고용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기에 장애인 선생님을 선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장애인 초등학교 선생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장애인 선생님을 볼 수 있습니다. 능력만 갖추면 이제는 장애인이라해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열린우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의원과 장향숙 의원, 그리고 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부처 관계자가 모여서 당정협의를 했는데, 여기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날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주를 한잔하고 싶은 날입니다.

작년 정기국회에서 저는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율 2%를 적용하지 않는 직종과 업종을 폐지하자는 법안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법안을 제대로 심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를 봤고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아직도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통과가 남았지만,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당정에서 합의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간 공무원 93만명 중에 60여만 명은 장애인 의무 고용대상이 아니었는데, 그 대상을 15만 명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경찰이나 군인 교정직 등 일부만 제외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부문은 전 업종에 대해 2% 의무고용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결코 장애인에 대한 특혜가 아닙니다. 의무고용제도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 노동시장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작은 방법으로 사회적 합의라 할 수 있는 2% 의무 고용율을 모든 업종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장애인이 근무하기 어려운 직무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한 의무고용 적용제외제도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는 것은 이동장비, 보조공학, 작업도구 등의 발달과 직무의 다양화․경량화 추세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당정의 합의가, 이제는 장애인이 사회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개념에서 장애인이 근무할 수 없는 환경자체를 장애인도 근무가 가능토록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지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장애인이 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최소한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시장의 논리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차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오늘 소주 한잔은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겠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법과 제도의 문제 수준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장애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고용문제를 기업의 부담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장애인 선생님에게 배운다면 그런 의식은 곧 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당정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소주 한잔 하려합니다. 여러분도 소주 한잔 마실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혹 소주집에서 저를 보시면 말씀하세요. 기분 좋게 한잔 사겠습니다.


2005. 4. 25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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