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직 공무원 1일 현장체험2- 노원우체국편


일일 우체부체험을 마치며
-7.8(금)

평소에 이륜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 이번 체험의 깊이를 이렇게 깊게 할 줄은 몰랐다.

오전 9시 20분경 오늘의 일일 체험 현장인 중계본동 노원우체국에 도착하였다.
오전 배달구역은 중계1동 청구3차 아파트와 은행사거리 일대 빌딩들.
우체국 이륜차를 몰고 질주하는 노원우체국 경충현 우체부를 따라 열심히 두발로 중계1동을 뛰어다녔다.
섭씨30°가 넘는 날씨라 땀이 줄줄 흐른다.
101동 1,2호 라인 우편함에 편지 투입이 끝나면 곧장 5,6호 라인으로 달려가 경충현 우체부아저씨가 놓아둔 편지 꾸러미를 풀어 1105호, 1306호, 206호를 입으로 되새기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좁은 투입구로 편지를 밀어 넣었다.
더듬더듬 찾아가는 APT 우체통.
쳐다보기 답답한 듯 경충현 우체부는 얼른 한 무더기의 우편물 꾸러미를 풀어 투입을 순식간에 끝낸다. 그 넣는 솜씨는 가히 중원 무림 고수의 손놀림을 능가할 듯...

옛날 시골 우체부처럼 “편지 왔어요, 양동근씨네 댁 맞지요” 그리고 시원한 냉수 한 그릇 얻어 마시는 그런 추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수위실 아저씨들과 반갑게 손인사를 하고 아파트 빌딩 사이를 휘젖고 다니는 우편 배달.
그나마 한 동에 몇 개씩 따라온 등기 우편물을 손을 들면 설래는 마음을 안고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누른다.
세집중 두집은 사람이 없어 수위실에 맡겨두고, 혹시라도 늦게 찾아갈까봐 우편함에 등기우편이 왔다는 노란쪽지 메모를 붙혀 둔다. ‘관리실에 등기 와 있습니다.’
어떤 집은 이미 여러장의 노랑쪽지가 붙어있기도 했다. 어디 멀리 휴가로도 떠난 걸까?
우편물 한 통을 배달하기 위해 여러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우체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편지를 제 때 잘 받아 주는 것도 우체부 아저씨들을 돕는 일이다.

“등기우편 왔습니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 한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 다시 문을 닫으려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원입니다. 우체부 일일 체험 나왔습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다시 문을 열고 나온다.
하긴 TV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문을 열어주는 유형 중 제1위가 ‘택배 왔습니다’라는 소리라고 한다. 대낮 강도도 성행하는 도시이다 보니 문밖에 세 사람이 등기 왔다고 서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때론 얼굴도 안보이고 손만 내미는 사람도 있고, 참 도시의 우편배달은 시골 집 텃마루에 걸터앉아 건네는 우체부 아저씨의 정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게 약 1,000통 정도의 오전 물량을 소화하고 주변 식당에서 먹는 밥 한 그릇, 참 꿀맛 같았다.
매일 먹는 점심이지만 새로운 일을 하고 먹는 밥 한 끼이어서 인지 입맛도 달라진다.

오후 일정은 중계1동 건영3차아파트.
혹시 우리가 따라다녀서 우체부 아저씨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싶어 오후 배달도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더듬거리는 보조 우체부 였지만 도움이 되었던지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끝나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후 3시경부터는 우체국 내에서 다음날 우편물을 동별로 분류하여 미리 묶어 두는 작업이었다.
빠른 손놀림으로 척척 분류를 하지만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항상 저녁 7시를 넘긴다고 한다.
오늘 내 몫은 중계주공5단지.
한약방의 작은 약재장처럼 작은 칸으로 구분된 목재장에 5단지 동별칸에 편지를 분류해 넣는 일이다.
학원에서 보내는 우편물, 세금고지서, 내용을 알수 없는 광고물 인 듯한 우편물 등 옆 테이블에 분류되지 않은 우편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많은 우편물 중에도 반갑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발신자가 ‘법원’으로 되어있는 우편물들이다. 법원에서 오는 우편물이 좋은 내용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압류 아니면 출석 통보서이거니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거워진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자리를 찾은 우편물이 쌓여가고 손놀림도 빨라지지만 어깨의 뻐근 거림은 장난이 아니다. 우체부들의 어깨통증은 분명 직업병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아침9시 이전에 출근하여 근무 준비를 하고, 낮시간은 배달을 하고 오후 시간은 다음날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한다. 간혹 이웃 구역 동료가 병가라도 내면 그것도 남은 사람 몫이 된다.

주5일제 근무여서 그나마 좋지 않냐고 물어보니, 근무 인원이 보충되지 않고 주5일제를 하니 토요일 우편물을 금요일날 다 소화를 못하니 현재까지는 토요일은 내근직만 휴무하고 배달직은 출근하여 정상적으로 배달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나마 IMF 이후에 대폭 감원되었던 인원이 일부 비정규직 형태로 충원되었을뿐이라고 한다. 옛날 같으면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취직이 어려워서 인지 3년 비정규직 기간을 채우고 정규직이 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록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우편물 량은 그대로라고 한다.
그래도 손으로 만져보고 보낸 사람의 체취를 느낄 수 있게하는 편지의 존재는 살아있는가 보다.
등기우편물의 경우 예전에는 종이에 수령확인 사인을 하던 것을 요즘은 PDA에 사인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과 자전거 대신 이륜차와 봉고로 배달이 이루어진다는 점 등 몇 가지만 기계화 전산화 된 것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우체부의 체취가 편지봉투 겉장에 묻어난다.

일이 끝나고 나올 무렵 구내 스피커에서 오늘 낯익은 집배팀장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체국이 생기고 처음으로 찾아와 일일 체험을 한 우원식의원님께서 오늘 체험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우체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
집 우편함에 도착한 한 통의 우편물을 볼 때마다 우체부의 땀냄새가 가득 배어있는 소중한 우편물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집배팀장의 목소리를 되새긴다.
특수직 공무원 일일 체험 두 번째 노원 우체국 체험을 도와 주신 노원우체국 직원 여러분과 특히 경충현님의 친절한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댓글

Designed by CMSFactory, Modified by Wonw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