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직 공무원 1일 현장체험3- 노원소방서편


일일 소방관 체험을 마치고
-7.26(화)

걸치고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루룩 흐르는 방화복.
괭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구조용 절단기.
실제 상황이 아니어서 잠시 맛보기만 했지만 일일 소방 체험이 내게 남겨준 느낌은 남다른 것이었다.
진화 현장에서 숱하게 발생하는 화상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소방전문병원이 없다는 것도 소방대원들의 아픔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7월 26일 오전 10시, 소방대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일일 소방체험은 시작되었다.
관내 소방현황과 소방대원들의 근무 조건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듣고 바로 첫 체험 현장인 7호선 하계지하철역 소방점검을 시작하였다.
하절기라 화재사고가 빈번하지 않아 체험의 주 내용은 관내 소방시설과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하계지하철역 구내로 들어서려니 대구지하철역 화재 사건이 떠올라 평소와는 다른 심정으로 시설을 둘러보았다.
대구지하철역 참사이후 차량 재료가 불연재로 교체되고 있지만 7호선의 경우 서울지역 평균 교체율 73%에도 못미치는 67%정도에 불과하다는 역장의 솔직한 답변에 행정지원상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기관사와 역무실 그리고 종합사령실과의 삼각관계가 유기적이지 못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관사들에게 별도의 휴대무전기인 TRS를 지급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화재발생시 필요한 방독면, 이동식유도등의 비치 등 예전보다는 많은 장비가 비치되어있었다.
무엇보다 그나마 안심이 된 점은 화재발생시 대피 방식으로써 터널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은 상당히 안전한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올해초 온수 전철역 화재사건 경우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반대편 선로로 열차가 그대로 진입한 것은 위험천만의 일이었다. 대구역 참사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운행 실수가 또다시 발생한 것은 장비의 보강 문제보다 오히려 기관사를 비롯한 종합사령실 근무자들의 상황 판단력과 대처능력의 미숙함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은 오작동에 의한 경고 표시조차도 그냥 넘기지 않고 바로 열차 운행을 중지시킨다는 얘기를 듣고 그나마 안심은 되었다.

테러에 대한 대비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부단한 순찰과 쓰레기통 주변 CCTV 감시 등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 테러시, 폭발물 테러시 등 다양한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빠트릴 수 없었다.

스프링클러나 각 소화전의 소방수를 공급해 주기위한 구내 펌프 장치는 외주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다. 현재 시설 관리는 잘 되고 있지만 유사시 근무자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시설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게 하려면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지 잠시 고민해 보기도 하였다.

기관사들과 역무원들의 근무조건이 아직도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이용객에 대한 안전도 소홀해 지기 쉬울 것이다.
다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의 경우 사명감과 더불어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중식후 주택가 비상소화전 점검을 나갔다.
도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방차도 가까스로 올라가는 중계본동 104번지.
골목 입구 충호체육관을 거쳐 직진하여 올라간 맨끝 삼거리길에 소화전 맨홀이 있었다. 길 가운데 소화전 맨홀 뚜껑을 열고 비상용 소방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쏘아 보았다. 평소에 많이 다녔어도 소화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화재 취약지역에 이런 응급 시설이라도 있는 것은 몹시 반가운 일이다.
처음 잡아보는 소방호스였기에 생각처럼 쉽게 물을 쏘아대지는 못했다.
동네 소화전은 상수도에 연결되어 있어 실제 소방차에서 쏘는 물줄기 보다 수압이 낮다고 한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초기 진화에 유용하다고 한다.
실제 화재가 발생시 소방호스를 소방관 2명이 잡고 쏘는 것도 높은 수압으로 쏘아야 멀리까지 물이 전달되기 때문이란다. 뜨거운 불길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소방호스를 상하좌우로 쏘아대는 소방관들의 얼굴이 물줄기 저편에 어른거린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땡볕에 입어본 소방복은 동복 하복의 구분이 없단다. 소방복을 입고 소방호스를 잡으니 절로 땀이 줄줄 흐른다.
소방관의 여름은 땀띠와 피부병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하소연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했다.

간단한 화재진화 체험을 마치고 관내 대형소방점검 시설의 하나인 노원자원회수시설로 발길을 옮겼다.
노원자원회수시설은 일간 40톤규모의 소각로가 2기나 설치되어 있는 대형 쓰레기 소각시설이다. 대형안전시설물 치고는 소방에 대한 점검이 소홀한 것이 한 눈에 잡혔다.
소화전 순환 펌프 중 1개가 고장이 나 있었다. 황당한 일이다.
뿐만아니라 옥외 소화전은 아예 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소화전 뚜껑은 몇 년 동안 점검도 하지 않았는지 뚜껑을 여는 것조차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함께 나오는 소방 점검이라 충분히 사전에 알렸음에도 어찌 이런 일 이 생기는지....
더구나 이곳은 불을 다루는 곳이 아닌가?
소방서의 직원들에게 곧바로 특별소방점검과 시정조치를 요청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소각장을 뒤로 했다.
개별 시설물에 대한 소방 점검은 소방점검 대행업체가 점검한 것을 시설 관리주체가 소방서에 결과를 보고하는 자율 점검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점검업무의 간소화를 위해서 이루어진 규제 완화라는 측면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 소홀히 다루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마지막으로 하계소방파출소를 방문하였다.
주황색 근무복을 입은 대원들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물대포와 각종 소방장비를 가득 실은 소방차와 뒤이어 따라다닌다는 물탱크차, 그리고 119 구조장비 등에 대한 용도를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평소 TV를 통해서나 화재현장, 구급현장에서 보던 낯익은 장비들이지만 그 사용과정을 상세히 설명을 듣고 보니 생명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빈틈없이 사용해야하는 대원들의 긴장이야말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방관들은 긴장속에서 2교대 근무를 아직도 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들은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사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방공무원들은 아직도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2교대 근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을 위반하는 근무형태이다. 아직도 공공기관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2교대를 3교대로 바꾼다면 좀 더 근무환경이 나아질 텐데...
공무원 5일제 근무의 화려함 뒤에 아직도 특수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의 개선은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근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원소방서 일일 체험을 마무리 하면서 소방대원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제일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된 것이 경찰 전문병원처럼 소방관들을 위한 전문 병원이 없다는 점이었다. 경찰 못지않게 사고 현장, 화재현장에서 각종 부상과 화상으로 인하여 평생을 치료해야하는 경우도 비일 비재한데 막상 보험혜택은 미미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병원이 있어 치료라도 걱정없이 받을 수 있다면 현장에서 휠씬 마음 편하게 직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외 중하위직 공무원의 정년이 짧은 문제는 여전히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개정요구가 많았다.

특수직 공무원 현장체험 3회째를 마감하며 세상에서 얘기하는 철밥통 공무원 세계에도 음지와 양지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좀 더 세심한 공무원 복무 조건을 마련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박정완 서장님을 비롯하여 소방서 일일체험을 위하여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노원소방서 근무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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