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직 공무원 1일 현장체험1- 노원경찰서편


일일경찰체험을 마치며

- 5.6(금)

“잠시 음주 단속 있겠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음주 단속을 실시하는 경찰관의 야간교통신호봉을 보고 차들이 멈춰선다.

표정들이 다양하다. ‘초저녁부터 왠 음주 단속이람’하고 생각하는 듯한 얼굴, “다시 한번 불어주십시오.”하는 부탁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 뒤로도 세 번이나 어설프게 “후”하고 입바람을 불고는 “정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인사를 받고는 서둘러 악세래다를 “붕~”하고 밟고 지나가는 사람. 시커먼 매연이 콧속을 가득 매운다.

이날 경찰체험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야간 음주 단속이었다.
그동안 단속을 받기만 하다가 막상 단속을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길 한가운데서 수백대의 차량이 출발하면서 뿜어대는 매연을 마시며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애로도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 평균 14시간 근무에 5일마다 24시간 당직근무 후 반나절 휴식.
70년대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얘기 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일선 경찰서 수사과 형사들의 주간 근무 시간표다. 사건이라도 터지면 그냥 24시간씩 몇일이고 연속 근무에 돌입한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어려운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다. 오죽했으면 수사과가 꼴찌 지망 부서라는 말이 나왔을까?

오후 3시 노원경찰서를 방문하면서 일일 경찰체험은 시작되었다.
경찰서장님으로부터 경찰서 업무 전반을 듣고 하루 일과를 부여받았다.
15시30분경 경찰순찰차를 타고 낮에도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은행사거리로 향했다.
이미 신한은행 앞에는 민간인 복장을 하고 학교폭력예방 어깨띠를 맨 몇 분과 담당경찰관들이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었다.
길을 건너 우리은행 앞에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예방 전단을 배포하고 신고 요령도 주지시켜 주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경찰까지 나서서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왔다.
함께 캠페인을 했던 분들은 주변 학교 학생부장선생님들이라 한다.
그 시간에 학원에 가기위해 버스를 내리는 학생들이 설마 학교폭력 가해 학생일리야 없지만 아이들은 공손히 전단을 받아갔다. 우리 학교 다닐 때와는 경찰관을 대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자뭇 친근했다. 요즘 경찰관들의 대민 서비스가 많이 개선된 탓이겠지.

16시 30분부터는 다시 노원경찰서로 돌아와 각종 고소사건 수사과정을 둘러보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영장대기실과 유치장 견학을 실시했다.
대학시절 각종 시위 도중에 경찰에 연행되면 제일 먼저 거쳐 가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니었던가.
창살너머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창살에는 사기혐의, 폭력혐의 등등 기록이 붙어있다.
지역 국회의원이라고 인사를 청하자 정겹게 인사를 받아준다.
이들 중 어떤 이는 무혐의로 곧 풀려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정식 재판에 회부되어 형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창살밖 맞은 편 벽에는 큼지막하게 유치장 인권준수사항이 붙어있다.
내용대로 되고 있다면 범죄수사 관행이 엄청나게 개선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치되어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대화로 보아서는 옛날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뵈지는 않았다.
인권우선 경찰행정을 외치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이고 보니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믿어진다.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19시30분경 하계지구대를 거처 불암지구대로 옮겼다. 관내에서 들어오는 무전을 수신하여 사건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업무였다. 경찰내부에서만 시달되는 암호로 주고 받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구대장님의 도움으로 몇 번 실수 후에 곧 자리가 잡혀 할만 했다.
경찰서도 수사과는 항상 정신이 없지만 지구대는 동네 시장 골목처럼 계속 들어오는 신고전화와 보고 무전으로 정신이 없었다.
제일 큰 고충은 취객들이 다툼이 있어 지구대까지 몰려오면 온통 정신을 모차리게 한다고 한다. 남대문 새벽시장 못지않게 정신없는 곳이 해 떨어진 후의 지구대 사무실이란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한 건도 사건이 없네.
사건신고가 들어와야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국회의원님도 알텐데...”
라며 볼멘소리를 섞어 말씀하시던 마음씨 좋게 생긴 지구대장님은 평소에도 형님처럼 알고 지내던 분이시다.
대장님은 곧이어 “그래도 의원님이 와서 그런지 사고가 한 건도 없습니다. 자주 오셔야 겠습니다.” 고 하시며 껄걸 웃으신다.
한참 정신없이 업무를 파악하는 듯 아쉬움을 남기고 마지막 일정인 음주단속 현장으로 이동했다.
태능지하차도 입구,
주로 음주 측정이 외곽이나 타구에서 노원구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곳도 통행 차량이 상당히 많았다.
한 30분 정도 직접 음주 측정을 하였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건도 위반자가 없었다.
금요일이었지만 외곽으로 나가는 차선에서 측정을 해서인지 주민들의 준법의식이 높아서 인지 결과는 좋았다.
음주 측정 때문에 차량 정체가 심하고 차량운전자들이 짜증스러워 할 수도 있지만, 시커먼 매연을 마시며 측정을 하는 경찰관들의 노고도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인사불성의 음주자의 폭주 사건이라도 생기면 아까운 순직자가 생기기도 한다니 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수직 공무원 일일 체험 첫 번째 날, 일일 경찰 체험은 민주화와 공무원 주 5일제 근무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특수직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마감했다.


200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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